[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디오니소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그리스 와인 맛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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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디오니소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그리스 와인 맛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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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발상지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학창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리스에서 와인을 만든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아마 대게 좀 생소할겁니다.

오늘은 그리스 와인에 대해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에 앞서 디오니소스 얘기를 먼저 하죠.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주신(酒神)의 이름인데요. 우리가 잘 아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로 불리죠.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와인을 디오니소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로 여겼습니다. 그러기에 심포지엄을 할 때도 와인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소믈리에에 해당하는 '외노후'라는 존재가 심포지엄에 같이 참가했었죠.

   
▲근사한 풍광과 함께 즐기는 그리스 와인

기록이 정확히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리스는 와인을 만든 가장 오래된 국가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류 와인 국가와는 소비자들에게 거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연간 와인 생산량이 2900만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로 프랑스 보르도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생산량의 80퍼센트는 그리스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20퍼센트만 수출되기 때문에 그리스 밖에서 그리스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포도 품종도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잘 알려진 국제적품종 대신 사바티아노, 로디티스, 말라구지아 등 그리스 토착 품종으로 전체 생산량의 90퍼센트를 만드니 생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와인 소비자들에게 있어 약간 변방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얼마 전 국내 최초로 열린 그리스 와인 전시회에서 접한 와인의 맛은 상당히 근사했습니다.

특히 그리스 와인은 음식과 먹을 때 빛을 발하는 데요. 알코올 도수 14도가 넘는 와인을 만들기보다는 낮은 도수의 알코올로 음식과의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말라구지아 품종 100%로 만든 '말라구지아 맛사 부타리'(Malagouzia Matsa Boutari)를 허브 빵가루를 입힌 농어와 곁들여 마셔봤습니다.

와인 이름 참 어렵죠. 그런데 맛은 명확했습니다. 허브향이 강하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하고, 음식의 풍미를 배가하는 힘이 좋습니다.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걸 20여년 전 한 대학교수가 발견해 만든 게 말라구지아 품종인데 정말 그동안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기특한 맛을 내더군요.

안심 스테이크와 함께 한 '크티마 팔리부 네메아'(Ktima Palivou Nemea)는 묵직하면서 도 벨벳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오르기티코라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베리향이 굉장히 좋더라구요.

그리스 와인은 그리스 사람들이 음식과 함께 즐기는 정신이 투영된 와인이라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그리스에 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리스 와인을 마신다면 그리스의 식문화를 손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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