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슈퍼 화이트' 와인을 아시나요...벨벳처럼 부드러운 '예르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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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의 CEO 와인코칭] '슈퍼 화이트' 와인을 아시나요...벨벳처럼 부드러운 '예르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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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투스칸 와인에 대해 한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시까이야' '티냐넬로' '솔라이아' '오르넬라이아' 등 듣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와인이 바로 슈퍼 투스칸입니다.

이 용어는 1968년 '사시까이야'가 나오면서 쓰이기 시작합니다. 기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와인과는 전혀 다른 파워풀하고 장기 숙성할 수 있는 와인에 매료된 미국 언론에서 '슈퍼 투스칸'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이죠.

 

슈퍼 투스칸은 비공식적으로 와인의 등급을 나눈 것이지만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입안에서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 장기 숙성할 수 있는 이탈리아 고급 화이트 와인은 뭐라고 부를까요.

레드 와인처럼 특별한 명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슈퍼 투스칸에 빗대 종종 '슈퍼 화이트'라고 마케팅을 합니다.

슈퍼 투스칸이 언론에서 명명한 거라면 슈퍼 화이트는 와이너리에서 붙였다는데 차이가 있죠.

   
▲'빈티지 뚜니나'(맨 왼쪽)와 '더블유 드림스'(왼쪽에서 두번째)

 

   
▲ 실비오 예르만

슈퍼 화이트로 불리는 '예르만'(Jermann) 와인을 얼마 전 생산자와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5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비오 예르만의 아들 미켈레 예르만과 식사를 하게 된거죠.

예르만은 한마디로 '빈티지 뚜니나'(Vintage Tunina)로 기억되는 와인 생산자입니다. '예르만은 못 들어 봤어도 빈티지 뚜니나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화이트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론 수년 전 처음 접했을 때 그 놀라운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죠.

빈티지 뚜니나는 1975년 미켈레의 아버지인 현 소유주 실비오가 만들었습니다.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리볼라 지알라, 말바시아, 피콜리트 등 5개의 품종을 섞어 탄생시켰는데요. 솔솔 풍겨오는 과일향과 꿀향에 입안을 채우는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근사함, 그 자체입니다.

또한 묵직한 바디감은 고급 레드 와인을 떠올리게 하죠.

빈티지 뚜니나에 견줄만한 와인으로 '더블유 드림스'(W...Dreams... ... ...)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샤르도네(97%)와 기타 품종(3%)을 블렌딩한 와인인데 입 안을 감싸는 버터의 느낌이 일품입니다.

10년 이상 장기 숙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기도 하구요.

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산지인 프리울리 지역에서도 예르만이 손꼽히는 이유는 와인을 한번만 마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에요.

   
 

예르만은 자신들이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철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을 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습니다. 코르크 대신 스크류캡을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죠.

스크류캡은 돌려서 오픈하는 소주병 마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변질의 우려가 있는 코르크와 달리 완벽하게 와인을 보존할 수 있는 대안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아직까지 스크류캡에 대해서는 싼 와인에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요. 예르만은 이에 개의치 않고 빈티지 뚜니나의 20%, 더블유 드림스의 경우 2010년 이후 모든 병에 스크류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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