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범 삼성家 한솔제지 '가격담합' 대국민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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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범 삼성家 한솔제지 '가격담합' 대국민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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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유진 기자] '친구따라 강남간다'. 친구에게 이끌려 덩달아 무엇인가를 같이 하게 될 때 쓰는 속담이다.

좋은 친구여야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스스로 모범이 되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따르고 흉내내는 건 모두에게 득이 된다. 

국내 제지업계 '맏형'이자 범 삼성가(家)로 분류되는 한솔그룹 한솔제지가 가격담합을 주도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지 원료구매에서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방위적인 가격 담합을 해온 제지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부당 이익을 취한 제지사들은 총 45개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 업체들에게 시정 명령을 내리고 총 '1039억45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중 한솔제지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고작 49억7300만원에 불과했다. 

가격담합은 수도권과 영∙호남으로 나뉜 지역별 '모임'을 통해 암암리에 진행됐다. '수도권 메이저 업체들'의 모임 결과를 지방 업체들에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한솔제지는 이를 주도한 수도권 메이저 업체 중 한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솔제지를 포함한 총 8개사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가격담합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총 18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들은 인쇄고지 또는 신문고지의 구매단가를 kg당 10~50원 가량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기업의 도덕성은 실종된 지 오래였다. 

제지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솔제지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750억원, 올해는 전년대비 약 40%가 늘어난 1047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장시간 소비자들을 속인 데 따른 '비양심 성장'으로 분석되는 만큼, 기업 가치 재평가 작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어렵사리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지난 2012년 부임한 이상훈 사장이 무너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포장지, 제지 등은 온라인쇼핑,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그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폐단에 얽혀 있는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낸 뒤, 새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도덕성을 최우선 순위에 배치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그 출발점이다.  

소비자들의 눈살이 또 다시 찌푸려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정책도 서둘러 내놔야 한다. 단순 과징금만으로 이번 사안이 묻히는 경우 썩은 내가 진동하는 유사사건이 발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솔제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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