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사내 '스타트업' 재열풍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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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 사내 '스타트업' 재열풍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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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삼성∙LG∙네이버∙카카오 등 IT∙전자기업들이 잇따라 사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속속 출범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사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형 조직 특유의 경직된 문화에서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가 부담스러운 탓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사내 창업 지원 조직인 'C랩'에서 설립된 5개 스타트업을 분사해 독립시킨다. 지난해 9개에 이어 삼성전자 출신 스타트업은 총 14개로 늘었다.

LG전자는 산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전자 액자와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기 사업을 분사한다. 소속 연구원들을 지원해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에 도전하도록 하는 '아이디어 발전소'도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캠프모바일', '웍스모바일' 등을 떼어내 전문 업체로 분사시켰고 카카오도 카카오톡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카카오프렌즈'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사내 벤처 시도들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그러나 이 중에 큰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삼성 SDS에서 출발한 네이버나 데이콤의 사내 벤처였던 인터파크홀딩스 정도가 몇 안되는 성공 신화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사내 벤처 대부분이 모기업의 사업 아이디어를 보완할 목적으로 애초부터 독립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였다는 점이다. 이번에 새로이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분사한 스타트업 업체들을 살펴보면 대기업이 시장을 테스트해 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적은 투자를 통해 반응을 살피기 위한 '찔러보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 시장에 새로 진입해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진다.

'대기업 내 스타트업은 어디까지나 대기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본사 지원을 받으며 설령 실패하더라도 모기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보험도 스타트업 경영자에게는 주인의식과 책임감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사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기존 고정관념을 벗고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스타트업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퇴색시키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대기업들은 훌륭한 스타트업을 키워내기 위해서 사내 스타트업에 대해 이용할 대상이 아닌 잠재적 경쟁자를 우군으로 만든다는 장기적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 신산업을 형성하고 모기업은 그에 맞는 시너지를 냄으로써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이상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신생 기업은 또다른 스타트업에 투자∙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선순환 구조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출연하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우버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출신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포춘지가 선정한 주목받을 스타트업 174개 중 우리나라 업체는 2개밖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현재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의 스타트업 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큰 투자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도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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