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식 거래시간 30분 연장…현장-당국 '온도차' 극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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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식 거래시간 30분 연장…현장-당국 '온도차' 극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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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언제부턴가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 노동조합이 친 천막과 함께 화이트보드가 놓였다. 표면은 직원들이 오가면서 한마디씩 적어 붙인 형광색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일부가 아닌 전 직원의 의견을 들어달라' '수평적인 회사 문화를 원한다' '외부인 눈치보지 말고 내부인을 배려해달라' '상무도 부서 내려와서 일 하라' 등등...

각 문구들은 다양한 형태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래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경영진과 관계 당국을 향한 원망이 한장 한장 묻어난다.

실무자와 경영진의 온도차가 선명히 느껴진다.

최근 증권사와 거래소 직원들이 뭉쳤다. 주식∙외환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을 연장하려는 당국의 움직임을 지탄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정규 매매거래시간을 오는 8월1일부터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정규장 마감 시간을 기존대비 30분 늦은 오후 3시30분으로 하되 시간외 매매거래 시간은 30분 단축해 총 거래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3∼8% 증대될 것으로 거래소는 기대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약 2600억∼6800억원의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총 거래시간은 6시간으로 명백히 짧은 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홍콩 등에 비해 너무 일찍 마감해 투자자의 거래 기회와 시장의 성장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거래시간 연장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즉각 정규장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직원 근로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들은 증권사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총 매매거래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는 주장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정규장 시간을 '집중근로시간'이라 부르며 촉각을 곤두세운 채 보낸다. 집중시간이 30분 길어지면 상당한 추가 노동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는 호소다.

"실무를 하는 증권사 직원들에게 한번 묻기라도 했다면 우리도 이렇게까지 반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모 증권사 직원 A씨는 말한다.

상당수 직원들이 같은 이유로 당국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거래시간 연장의 효과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비슷하다. 약간의 시장 활성화 효과가 있겠지만 크진 않을 것이라든지,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라든지 하는 의견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평가는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식시장 매매거래시간 연장이 선진 자본시장의 장기적 방향성이라는 사실엔 이견이 별로 없다. 거래시간이 길어지면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과 투자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실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독단적인 방식이 제도개선의 긍정적 효과를 흐릴까 염려될 뿐이다.

직원들이 들고 일어서면서 업계와 시장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거래소의 주장은 허공에 흩어져버렸다.

새로움은 늘 반발에 부딪친다. 변화엔 진통이 뒤따른다. 지난 2000년 점심시간 휴장이 없어질 당시에도 업계 반발이 상당했지만 결국 잘 정착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성과가 언제, 얼마나 나타날지는 변화를 주도하는 당국이 업계 구성원들을 얼마나 포용하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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