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물 안 개구리' 국내 은행…수익다각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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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물 안 개구리' 국내 은행…수익다각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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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쓴 소리가 나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중국보다 못하다는 건 '반박불가'한 사실이 됐다.

그나마 세계 100대 은행 안에 우리나라 은행이 6개나 포함됐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이 순위는 기본자본(Tier1)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국제은행 통계사이트 뱅크스코프(Bankscope)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참고해 분석했다.

부채 성격을 지닌 자본을 뺀 실질적 순자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줄을 세웠더니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 가운데 세계 50등 안에 든 은행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0위인 캐나다의 경우 세계 50등 안에 3개 은행이 포함됐다. 참고로 한국의 GDP순위는 11위다. 캐나다와 고작 한 단계 차이다. 이외 중국, 미국 등의 은행들이 50등 안에 나란히 선 모양새다.

속을 들여다보니, 한국계 은행들은 자산 중 대출 비중이 높았다.

100대 은행 평균은 53%였던 반면 한국계 은행들은 68%로 이를 훨씬 웃돌았다.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해주는 형태로 돈을 버는 비중이 높다는 것.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기존 영업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행인 듯한 소식도 있었다. 한국계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1.45%로, 전체 평균 3.58%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조선·해운 등의 부실채권에 대해 국내 은행들이 '고정 이하'가 아닌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해당 수치마저 왜곡됐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5월 현재 KEB하나은행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자산기준 국내 1등 은행이 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그룹 자산 기준으로는 KB금융지주가 370조원 가량으로 1위고, 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지주가 2조4132억원이라며 '1위'라는 보이지 않는 등수 매기기를 지속하고 있다.

우물 안에서 어느 개구리가 더 큰지 겨루고 있었던 셈이다.

국내 은행의 상품들은 천편일률적이다.

대표적인 상품인 예·적금, 대출도 별다른 특성 없이 비슷비슷하다. 어떤 콘셉트의 상품이 잘 나간다 하면 우르르 이를 베껴낸 상품을 내기 바쁘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하는 식이다.

보험, 증권 등과 손잡고 다양한 상품을 내기 위한 시도를 여럿 진행하고 있지만 수익을 견인하는 '인기 상품'으로 안착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창구에 가만히 앉아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안일한 '이자놀이'는 이제 끝났다.

세계 11위 경제규모에 어울리는 실질적이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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