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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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호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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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대상 감시·관리체계 미비…물리·제도적 강화 필요"
   
 

[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국화꽃이 놓였고 애도의 메시지들이 빼곡하게 붙는 등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범인의 범행 동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들이 대두됐다. 시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슈들에 대해 범죄과학연구소 박현호 소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범인의 우울증, 정신병력이 원인…재범 가능성 높았다"

 

Q.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전혀 일면식이 없었다. 사전에 계획된 범죄인지

== 계획됐다기보다 범인이 평상시에 가지고 있었던 우울증, 정신병력이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늘 마음 속에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이 있었고 이를 표출하기 위한 적당한 타겟을 노리고 있던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계획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기도 휴대하고 있었고 충동적이기보다는 계획적 범죄일 것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봐야겠지만, 범인의 정신상태가 일반적인 범죄자의 계획성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Q. 범인은 검거 당시에도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재범이 일어났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 범죄는 비체계적 범죄, 체계적 범죄 2가지로 나뉩니다. 비체계적 범죄는 정신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범죄로 범행현장과 주변에 많은 증거를 남기죠. 범인이 칼을 그대로 휴대하고 다녔다는 것은 정신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상태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들을 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빈도는 일반인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인 등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더 위험도와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요. 이는 2·3차 범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Q. 남녀공용화장실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우려는 없었는지

== 이는 '범죄 기회의 이론'과 관련시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남녀간 화장실이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는 자연히 성범죄 기회가 적지만 공용하게 되는 경우라면 남자와 여자가 둘만 남게 되는 확률이 많아집니다.

오래된 남녀공용 화장실은 통상적인 구조상 남자가 마음만 먹으면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여자변기 칸 위로 넘어갈 수 있잖아요. 남녀공용 화장실에서의 성범죄 확률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라면 범죄가 쉽지 않지만 늦은 시간이거나 장소가 외져 사람이 뜸한 경우에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죠.

Q.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 남녀간 화장실은 철저히 분리해서 사용해야 하고 법도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남녀공용 화장실로 이용해왔던 곳들이 범죄 사각지대처럼 남아 있어 분명히 손을 봐야 합니다.

빈도는 많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죄들이 발생해 왔습니다. 자치 단체와 경찰이 협력해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화장실을 전부 개·보수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시에서도 화장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비상벨 설치 등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나 비상벨은 누르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들에 대해 취약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입니다.

◆ "정신질환자 대상 사회적 감시·관리체계 강화돼야"

Q. 범인이 과거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에 영향은?

== 당연히 영향을 미칩니다. 형법에서는 범인이 책임 능력자인지 책임 무능력자인지 구분하게 됩니다. 위법행위를 했더라도 책임 무능력 상태의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은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정신병동에 강제수용이 이뤄지겠죠.

그런데 범인이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부분들을 봤을 때 아예 정신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범행 당시에 범인의 사리분별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범인에 대한 전문가의 정밀한 정신 감정이 이뤄진 이후 판사가 어느 정도까지 이 부분을 인정할 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 경찰이 공개한 사건 당시 인근 CCTV 화면. 발견된 피해자가 구조대원들에 의해 후송되고 있다.

Q.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예방 관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정신 병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체계가 한국에서는 좀 빈약한 편입니다.

범죄를 일으키기 쉬운 위험군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감시·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 인권 문제가 복잡하게 결부돼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살인마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물리적이든 제도적이든 감시 관리체계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봐야겠죠. 살인의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들은 범죄 이전에 다양한 징후들을 보이기 때문에 위험도에 대한 평가 기준을 고도화시키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Q. 강남역에 지속적으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무엇보다 '얼마든지 나도 피해를 당할 수도 있었다'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 장소가 많이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피해를 입었을 수 있고 피해자가 또 젊은 여성이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죠.

이제부터가 중요한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이 화장실이 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죠. 화장실 이외에도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공간들에 대해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해봅니다.

◆ 박현호 소장은?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형사정책학, 범죄학)를 취득했다. 경찰관으로서 수사과, 방범과 등을 거쳤으며 경찰대학 전임교수를 맡기도 했다. 5월 현재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범죄예방론', '안전관리론' 등이 있다.

범죄과학 연구에 전념해 사회안전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범죄과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공익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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