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골프장에 가면 쉽게 눈에 띄는 와인이 있습니다. '1865'입니다.
와인에 관심 없는 분이라도 한번쯤 드셔보거나 적어도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1865. 숫자가 골프와 관련 있기 때문이죠. 골프장 홀수와 타수에 대입하면 '18홀을 65타에'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1865는 지난 2003년 국내 시장 론칭 이후 골퍼들 사이에서 18홀을 65타에 칠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와인으로 마케팅되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골프장에서 많이 팔리고, 이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와인이 된겁니다.
그런데 1865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이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 '산 페드로'의 설립년도입니다.
산 페드로 와인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3900만여병 팔렸습니다. 1분당 74병이 팔린 셈이죠. 글로벌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1865는 한국이 '넘버원' 시장입니다. 론칭 2년 만인 2005년 한국은 전 세계에서 1865를 가장 많이 마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50만여병이 팔렸죠.
1865가 이처럼 국내에서 많이 팔린 건 처음에는 기발한 마케팅 덕입니다.
산 페드로 측이 한국에선 1865가 '18홀을 65타에'라는 마케팅으로 팔린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했을 정도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골프와 연결지어 마케팅한 곳이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뛰어난 품질이 뒷받침됐습니다.
칠레는 포도를 재배하는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에 동쪽은 안데스산맥, 서쪽은 태평양을 접하고 있죠.
이 덕에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구대륙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와인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산 페드로의 포도밭은 포도 재배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위도 35도에 위치해 좋은 품질의 포도를 만들어냅니다. 1865는 이런 포도로 만들어졌죠.
1865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1865 싱글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입니다.
바닐라향에 부드러운 탄닌이 인상적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디감이 좋습니다.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거부감 없는 만족감을 선사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마신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1865는 시각적으로도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새까만 병에 빨간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강렬한 인상으로 한번 보면 쉽게 잊혀 지지 않죠.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은 빨간띠에 착안해 '1865 사랑의 빨간띠 캠페인'을 2010년부터 벌이고 있다는데요. 수익금의 일부를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등 좋은 일에 쓰고 있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있는 와인도 마시고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숫자 1865와 연관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드릴게요. 칠레와는 정반대 편에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1865년 카를로 간치아라는 사람이 이탈리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름은 '간치아 모스카토 상파뉴'로 이후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유럽 황실에서 인기를 모으게 됐답니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