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옥시 파문' 과도한 불안감 확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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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옥시 파문' 과도한 불안감 확산 곤란하다
  • 오경선 인턴기자 se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5월 19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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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오경선 인턴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의 한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 사람들로 북적이는 다른 제품 매대 근처와 달리 한산하다.

쇼핑 카트를 끌며 지나가던 여성 2명이 탈취제 코너 앞에 섰다. 시끌벅적한 소음을 배경음으로 밀어낸 한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했다.

"'페브리즈'에도 유해 성분이 들어있을 거래. 그래서 사놓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것까지 다 버렸다니까…"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모두 의심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환경부는 부랴부랴 페브리즈 성분을 공개했다.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 성분이 검출됐으나 호흡기 상으로 심각한 위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확산 일변도다. 화학 성분이 포함된 방향제, 탈취제 등 관련 제품 전반에 '불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있다.

실제 옥시 제품 불매운동은 생활용품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자사 표백제와 제습제 매출이 각각 38%, 44%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세탁세제, 섬유 유연제, 탈취제 등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후문이다.

온라인 마켓도 마찬가지다. 옥션의 경우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탈취제와 제습제 매출은 각각 32%, 10% 감소했다.

만연된 공포가 생활용품 매출 급감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경우 국내 생활용품 산업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체 유해성에 대한 문제는 과한 경계심일지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최근의 상황은 도를 넘고 있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과도한 의혹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정보까지 제공하게 된다. 위험을 강조하는 여론은 소비자를 움직이는 '검은 손'으로 둔갑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의 언급이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사용해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기업은 마땅히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합리성이 결여된 '아니면 말고 식' 의심은 경계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긴 어렵다.

사회적 비용 낭비와 더불어 건전한 기업들까지 직간접적 피해를 입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공포는 버리되, 객관적 지표와 사실 확인을 통한 '정보'를 우선 살펴보는 똑똑한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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