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은행, 중소기업과 진실공방 일단 '판정승'
상태바
[기자수첩] 우리은행, 중소기업과 진실공방 일단 '판정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한다. 수많은 주장 가운데 '허위사실'로 규정할 수 있는 건 어느 범위까지일까.

우리은행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된 '원터치 리모콘'의 기술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6월 즈음부터 불거져 나왔다.

정보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비이소프트'는 우리은행에 지난 2014년 3월 사업제휴를 제안했다가 거절 당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다며 내놨다. 출시 시점은 지난해 4월이었다.

이 업체 기술의 골자는 대략 이렇다. 본인인증이 완료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자 본인의 선택에 의한 거래시작 승인이 없으면 모든 거래가 불가능하다.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승인 없이는 거래를 할 수 없어 피싱 등 부정 사용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원터치 리모콘도 이와 상당히 유사하다. 인터넷·스마트·텔레뱅킹, 자동화기기 등의 사용·차단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사전인증 필요, 로그인 후 사용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필수 구성요소를 보면 두 기술이 동일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속속 나왔다. 양두열 변리사, 김종화 변리사 등이 언론을 통해 이 같이 설명했었다.

문제는 양사 모두 특허출원만 한 상태지, 등록은 되지 않은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특허출원은 특허청에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심사를 통해 요건을 충족시켜 확정적 권리를 갖는 것이 특허등록이다.

출원은 비이소프트가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침해'로는 할 말이 없기 때문에 비이소프트도 '기술도용'이라 주장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로 응답했다. 재판에 넘긴다는 뜻이다. 거짓 제보로 인한 우리은행의 명예훼손, 보안서비스 실행업무 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봤다.

거짓 제보.

비이소프트가 각 언론사와 국회의원 등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해 11월까지 총 6회 보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들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고발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솔직히 두 기술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검찰에서 기술 관련 자문을 전문가에 의뢰해 불구속 기소라는 결정을 내린 것인지 우리은행 측에 문의해 봤다.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명예훼손이 아닌 기술적인 부분으로 진행되는 소송이 있는 지도 물었다. 비이소프트 측 자료를 참고하라는 대답이 나왔다. 공개된 자료는 없었고, 관련 뉴스도 없었다.

금융보안과 관련한 두 기술의 유사성. 일반인이 단박에 판단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이다. 이를 두고 '진위'를 가려낸다는 것도 힘들다.

한 기업의 말이 거짓인데, 이것이 유포돼 우리 기업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말이 허위라는 점을 납득할만 하도록 명백하게 밝혀내는 것이 먼저다.

만약 우리은행이 해당 기술을 비이소프트보다 먼저 개발해오고 있었다면, 그러한 자료들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이소프트가 관련 풀 자료를 제공하며 사업제휴를 제안하기 이전부터 혹은 유사한 시점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자료가 있을 테니 말이다.

애초부터 서로 다른 기술이었다면 초기 개발 자료 등에서도 차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길고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비이소프트가 비방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될 무엇.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면 그로 인해 얻게 될 무엇. 명예훼손 고소를 통해 우리은행이 얻게 될 어떤 것.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 싸움을 복기해보자.

들끓다 식어버리는 냄비가 아닌 뚝배기 같은 인내심으로 모두가 이를 바라보고 있음을 양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