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들 '무개념' 한글 맞춤법 오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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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들 '무개념' 한글 맞춤법 오류 아쉽다
  • 오경선 인턴기자 se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5월 09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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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오경선 인턴기자] '국민 여동생 혜리가 건강도시락 챙겨줄께요!'

저녁거리를 살 요량으로 들어갔던 한 편의점에서 발견한 도시락 광고 유인물 문구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말이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ㄹ'뒤의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어야 한다. '국민 여동생 혜리가 챙겨줄게요'라고 표기해야 옳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게요'와 '께요'를 혼동하는 이유가 있다.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관형사형 '-ㄹ' 뒤에 연결되는 'ㄱ'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표기는 '줄게요'가 옳지만, 소리 내어 발음할 땐 '줄께요'다.

한 문장에 표기와 발음이 다른 구조로 적용되는 까닭에 헷갈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기자가 확인한 해당 문구가 일개 개인이 잘못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한민국 내 편의점 BIG 3 중 하나인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상품 광고를 위해 제작한 문구였다.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동안 769개 점포를 늘려 현재 약 800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잘못 적힌 단 한 글자의 의미를 떠나 점포를 방문하는 불특정 다수 소비자에게 '오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맞춤법 오류를 비롯해 우리말을 파괴하는 듯한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작년에는 한 성형외과 버스 광고가 SNS에서 화제 됐었다.

'재 어디서 했데?'

이 광고는 틀린 맞춤법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짧은 한 줄 광고문에 문법적 오류가 2가지나 포함돼 있었다. 이 문장은 '쟤 어디서 했대?'로 표기해야 옳다.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들도 책임론에서 비켜서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부산광역시와 부산시 구∙군이 국어를 바르게 쓰자는 취지로 제정한 조례에서 한글 맞춤법이 맞지 않은 경우가 발견돼 망신을 샀었다. '공문서 등의'를 '공문서등의'로 붙여 쓴다든지, '생략'을 '생 략'으로 띄어 쓴다든지 하는 내용이었다.

'부주의'가 원인인 것으로 추측된다. 초등 교과과정 수준에서 교육받는 문법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펴보면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익숙함에 빠져 원칙대로 글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고 했다. 과거 우리 민족은 외부 세력에 의한 역사의 굴곡 속에서도 우리 말과 글을 잘 지켜냈었다. 선조들이 외세로부터 지켜내려 노력했던 우리말을 지금 내부에서 파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기업과 정부, 개인의 무심함이 수 백 년 동안 지탱돼 온 한글의 뿌리를 갉아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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