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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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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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경제법안은 제자리"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이번 20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한 채 참패하는 등 여러 이변이 일어났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향방과 경제 살리기 대책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와 짚어봤다.

◆ 중국 매서운 추격…이 와중에 우리 국회는 '식물국회' 전락 중

Q. 경제 무능을 심판하겠다는 야당의 구호가 이번에 먹히지 않았나 싶다.

== 다른 면에서 보면 여당의 '공천 파동' 등으로 전통적 보수 우파인 50~60대 지지자들이 많이 이탈하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점도 이번 '여소야대' 정국 조성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경제 둔화에 대해 여당과 청와대 측은 '국회 책임론'을 주장했습니다. 야당은 집권 여당 책임이라는 취지의 '경제 심판론'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제 심판론이 통한 셈입니다.

Q. 경제 둔화에 대해 '글로벌 경기위기, 세계 경기침체가 원인이다'라는 시각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이어진 성장주도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는 입장이 양존한다.

== 성장주도 정책 하에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만 해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수출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입니다. 대기업 약 1100곳 중 400곳이 만성 적자 상탭니다.

우리 물건이 해외 시장에서 안 팔리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워낙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습니다. 어떤 경제구조를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Q.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위기가 찾아오자마자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약 3조달러를 풀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선 이 정책이 성공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제가 회복됐습니다. 영국도 회복되고 있고요.

(강 선대위원장 주장은) 우리가 뒤늦게라도 미국처럼 가야 한다는 건데 제가 보기엔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돈이 워낙 안 돌고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든 돈을 풀어야 경기가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옛날 대공황 때도 테네시 계곡에 굳이 댐을 짓지 않았습니까.

Q.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약자가 됐다. 강 선대위원장이 말한 양적완화는 좌초되는 것 아닌가.

== 제 생각에도 이제 여소야대 국회가 됐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은행법 개정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죠. 양적완화를 하려면 한국은행이 증권도 매입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한은은 국채와 한은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만 매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Q.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합치면 과반이다. 야당 주장인 '법인세 인상'과 '분배구조 개선' 등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처리가 어려워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 제가 볼 땐 아무 것도 안 변한 채 1년이 지날 것 같습니다.

현재 법 상으로는 전체 의석의 60%, 즉 180석의 동의가 되어야 뭐가 되기 때문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이죠.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그것 때문에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지금 어느 당도 180석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어느 당과 제휴해도 안 됩니다.

큰 걱정은 중국이 우리를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는 와중에 우리 국회는 아무 것도 안 하는 식물국회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너무 다른 정책을 들고 싸우기만 합니다.

◆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조조정'…"잘 못하면 '제2의 외환위기' 우려도"

Q. 이전 국회에서처럼 경제정책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경제활성화 법안이나 쟁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 가장 시급한 건 구조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조선 3사만 보더라도 작년에만 8조5000억원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배 수주가 안 돼서 도크는 놀고 있습니다. 신문 보니 그게 지금 차고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그대로 있어요.

Q. 대우조선해양 자회사가 최근 수주 1건 한 게 뉴스가 됐다.

== 그렇습니다. 세계 조선업을 중국이 싹쓸이하다시피 하니까 우리 기업에 기회가 많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부채는 고스란히 산업은행 부채가 됩니다. 산업은행에 부실이 생기면 이를 고스란히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산업은행은 없어지면 안 되니까요.

이 구조를 계속 가져가면 외국인들 눈에 한국은 더 이상 희망 없는 나라가 될 겁니다. 기업이 부실해지고 빚이 몇 조원씩 쌓여도 구조조정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게 바로 1997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1997년 기아자동차가 부실해지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구조조정 여부를 두고 1년 내내 싸웠습니다. 결국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가면서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처리 못하면 비슷한 사태가 내년이나 올해 말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노동개혁법도 구조조정과 밀접한 사안이다. 노동유연성과 관련해 '안전망이 너무 부족해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임직원들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집에서 쉴 순 없을 겁니다. 갈 곳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나가라고 할 순 없죠. 그렇다고 계속 빚을 쌓으면서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연간 8조가 나오니까요.

그런 그래서 정부가 퇴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신의 한 수'가 나와야 합니다.

예컨대 공항건설 같은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선소 해고 근로자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겠습니다. 이같은 '그랜드 디자인'이 나와야 합니다.

울산과 거제에 조선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10년 넘게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느라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 울산, 포항, 창원 등 동남권에 3000만명이 사는데 공항은 30년도 더 된 김해 공항 1개밖에 없습니다.

◆ 오정근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맨체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외환연구팀장과 통화연구실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아시아금융학회 회장과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직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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