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리안츠생명 '헐값 매각'이 남기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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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리안츠생명 '헐값 매각'이 남기는 경고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4월 18일 0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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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독일 알리안츠그룹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35억 매각'의 주인공 알리안츠생명 이야기다. 보험업계에 '메가톤급' 파급력을 일으킨 것 치고 지극히 태연한 반응이다.

사실 지난 8일 새벽 매각계약 체결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가격보다는 매각 상대방에 관심이 더 쏠렸었다.

매수자는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 지난해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 매각에 성공하면서 중국기업의 국내 진출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렸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중국 안방보험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2000억~3000억 사이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공개된 35억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업계가 들썩였다. 1000억여원이 적자를 메우는 데 추가 투입된다 하더라도 기존 예측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이 1조1000억여원에 매각됐던 것과 비교하면 '헐값'에 불과하다.

생보업계 불안감이 증폭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업계 10위권 자리를 지켰던 알리안츠생명이 수년째 적자에 허덕였다는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향후 매각이 거론되는 ING∙PCA생명 등의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때 아닌 불황을 겪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

여기에 올 202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업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한국법인의 대응도 눈총을 받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본잠식 진위여부와 경영상황 등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에서 가입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고용 불안정도 문제다. 지난해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 역시 기존 직원 대거 물갈이를 거쳤던 것을 떠올리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문제다.

시장 혼란을 막고 가입자들의 권리를 제고하기 위한 알리안츠생명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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