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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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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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공지능은 상호보완적 존재…투자 아끼지 말아야"
   
 

[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바둑천재 이세돌을 상대로 '알파고'가 승리하자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고유영역이 침범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

인간과 로봇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에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위험한 존재가 절대 아니라며 안심해도 된다고 답한다. 결국 인공지능도 인간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것.

"인공지능은 인간과 상호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조 교수를 직접 만나 인공지능의 미래 발전 방향과 앞으로 한국의 과제에 대한 심도 높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머잖아 창의성 지닌 인공지능 나올 것"

Q. 1년 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다시 대국하게 된다면

== 1년 뒤 대국이 다시 이뤄진다면 알파고가 4:1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더 도전적으로 본다면 5:0까지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이세돌이라는 세계 최고의 고수와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새로운 규칙을 학습했으며 그에 대한 추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알파고는 다양한 변칙적 예측불허의 상황을 인식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단순 공상과학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나 환상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의 알고리즘에 의해 구현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Q.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발(創發)' 능력을 따라갈 수 있는가

== 인공지능이 가장 적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은 절차적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고 휴리스틱(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없는 상황에서 신속히 이뤄지는 어림짐작 기술)한 방법만이 사용 가능한 영역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낸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에서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인공지능도 머잖아 창의적인 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에는 '멧칼프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수에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네트워크로 구성된 인공지능의 진화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재 개발되는 인공지능들이 대부분 인간의 창발능력을 흉내내기 위한 모델이므로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창발성을 인공지능이 가질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예측됩니다.

Q. 스티븐 호킹 박사는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미지의 인공지능 분야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 인공지능은 만능이나 환상이 아니고 현실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지식을 갖고 학습∙추론∙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인공지능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은 부분적인 영역에서 강한 면모를 발휘하지만 전체 영역을 다 포함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인간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능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바둑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학습을 바탕으로 추론∙인식을 하며 상황판단을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트릭을 부리거나 인간을 지배하려 드는 위협적인 존재는 절대 아닙니다.

Q.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가

== 인공지능은 인간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는 분야입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개인의 취향분석 등 인간의 행동양식과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수록 인공지능 발전은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전문적인 영역 즉, 의료∙법조∙스포츠 분야 등 기본적인 규칙이 있으면서 인간의 휴리스틱으로 해결해왔던 영역들에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로 특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이들 분야의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도 인간으로부터 배워야 하므로 전문분야와 인공지능은 상호 공존하면서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Q.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윤리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 윤리적 문제는 인공지능이나 사이버 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에서도 존재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인공지능이란 학습∙추론∙인식의 3박자가 잘 어우러진 모델입니다. 인공지능의 '인식' 부분에서 윤리적인 역할을 강조하도록 학습시켜 인공지능이 동작할 때 사물인터넷 네트워킹을 통해 자동으로 실행되는 윤리 프로그램의 개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반드시 구현한 후 4가지 관점에서 고려돼야 합니다.

첫째, 해당 영역이 인공지능을 도입하기에 적당한가? 둘째, 인공지능이 실제 세계의 시스템을 잘 모델화 하고 있는가? 셋째, 이 시스템이 진정한 인공지능 시스템인가? 넷째, 적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효율적인가? 입니다.

◆ "한국은 AI기술 도입 단계…투자 아끼지 말아야"

Q.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컴퓨터의 등장은 가능한가

== 부분적인 영역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컴퓨터의 등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인간은 컴퓨터보다 추론과 감성능력이 우수합니다. 인공지능은 여기에 추론능력까지 더했기 때문에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추론∙계산능력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인간의 감성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복잡성과 다양성 그리고 변화무쌍함을 구현해내야 하는 것이므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감성과 학습, 추론, 인식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이 되는 셈이지요.

보통 '지능(intelligent)'이란 감성을 포함하는 것까지는 아니므로 지능은 학습∙추론∙인식의 결합으로 인간보다 우수한 지능을 갖는 컴퓨터의 등장은 가능한 일입니다.

Q. 정부가 인공지능 종합육성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지나가는 유행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인공지능 종합육성책을 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초에 투자해야 합니다. 1개의 알고리즘이 나와 빛을 보려면 수십년이 걸립니다.

따라서 참고 기다려 줘야만 합니다. 1~2년 해보고 결과가 안 나온다고 지원을 끊는다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은 발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한국은 IT강국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현실은 도입단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5개국 135개 기관이 참여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여기에는 향후 10년간 약 1조8000억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중국 역시 바이두, 알리바바 등 정보통신(ICT)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국내에도 네이버와 클디, 솔리드웨어 등 벤처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 중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포스텍, 카이스트 등 26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총 1070억원 규모의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적습니다.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서 소수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연구의식을 고취시키고 국가의 아젠다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기초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조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컴퓨터학과를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대학산업기술지원단(유니테프) 단장, 행정안전부 자체평가위원 등 국가 정보화 방향을 리드하는데 기여하며 '한국의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3월 현재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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