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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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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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내 대우증권 합병 완료 목표…주저하면 중심에 못 서"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더 얘기하면 깜짝 놀랄까 봐 말 못합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쓰는 '샐러리맨의 신화'에 새로운 장이 추가됐다. 작가는 상상과 사고의 힘을 믿으며 불가능한 꿈을 꾸는 로맨티스트다.

1997년 그의 손에서 태어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회사는 10년 만에 자산규모 7000배, 조직규모 1200배의 어엿한 금융그룹으로 자랐다.

'폭풍성장'을 거듭, 그룹창립 19년째인 올해엔 나이가 2배는 많은 까마득한 고참인 대우증권을 제 울타리 안에 품게 됐다. 늘 위험하다는 만류가 뒤따랐지만 박 회장의 발길을 잡진 못했다.

◆ 1년 내 대우증권 합병 목표…결정된 일은 단숨에 추진 '미래에셋 DNA'

Q.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창업할 때 우리가 어느 정도 영역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우증권 인수까진 생각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회를 위해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동안 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감동했습니다.

Q. 대우증권 인수 생각을 경쟁사들보다 비교적 최근에 한 걸로 보인다.

== 이번에 생각한 것을 말하지 않는 게 제일 힘들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마음 속 계획을 얘기하지 않고 사느라 힘들었습니다.

작년 금융위원회에서 올해 대우증권을 팔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온 이후부터 대우증권 인수 건을 검토했습니다. 그 전에 우리투자증권도 살펴본 바 있습니다만, 우리한테 대우증권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 '3년 안에 미래에셋그룹 자기자본을 10조원으로 만들겠다'고 한 얘기는 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1년이라고 쓰면 너무 단기간이라 질문이 많이 올 것 같아서 3년으로 썼습니다.

Q. 업계에 알려진 입찰금액은 2조4000억원이다. 회장이 생각한 상한선은 얼마였나.

==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입찰금액은 대우증권 자체에만 매긴 금액이 아닙니다. 산은자산운용의 가격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쓴 액수보다 좀 더 쓸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인수전에 컨소시엄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1+1은 1.5가 될 수도, 2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합은 3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우증권은 상당한 가치가 있는 회사입니다.

Q. 합병을 1년 내 마무리한다는 계획, 무리 아닌가.

== 합병은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 짓는 게 미래에셋의 DNA에 맞습니다. 우린 결정 전 많은 고민을 하지만, 결정 후엔 주저하지 않고 추진합니다.

Q. 합병법인 새 이름은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가는건가.

== 개인적으론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선호합니다. 대우증권이 한국 증권사에서 갖는 역사성을 고려할 때 대우증권 이름을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우증권 임원들과 좀 더 상의해볼 일입니다. 대우증권 측이 미래에셋으로 가자고 하면 그럴 용의도 있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Q. '금융업계의 삼성전자' 기대해도 되나.

== 한국 금융업계에선 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안 나오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데이터 기반 접근으론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삼성 같은 금융회사를 만들려면 리더들이 불가능한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꿈을 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구체화된 재무로 이를 뒷받침 하면서 열정을 갖고 도전해야 합니다.

상상의 힘을, 사고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더 많이 상상하고 보여줄 것입니다. 앞선 한국 경제의 리더들도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이 어떻게 대기업을 만들었겠습니까. 그 분들이 꿈꿨던 세상은 당시 생각으론 불가능한 세상이었습니다.

Q.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케미' 안 맞는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 미래에셋이나 대우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이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입니다. 야단치기 전에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지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에 강한 대우증권의 결합이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과 같은 단일한 집단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한 집단 안에도 다양한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에셋은 브로커리지를 해본 적 없지만, 대우증권은 이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만나면 한국 주식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주식도 매매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브로커리지 직원 숫자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 남은 과제는 '직원 통합' '시너지창출'…'신사업 발굴'

Q. 대우증권 노조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반대가 강경하다.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 자신의 선택에 따라 직장을 옮겨도 불안한 데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직장이 바뀌게 됐으니 불안해할 만합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합병을 하고 하면 구조조정을 많이 했습니다.

우린 그 부분은 벤치마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점포를 오히려 더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이를 감내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근접한 점포를 재배치하는 등의 작업은 필요할 겁니다.

이 업계에서 출발해 자란 사람으로서 직원들에게 상처 대신 기회를 많이 주고 싶습니다.

저는 데이터에 기반해 미래를 보는 사람입니다. 합병 법인은 110여개 점포와 4700명 인력을 보유할 전망입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직원 2만6000명과 자기자본 28조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 증권산업은 너무 뒤쳐져 있습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안정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그림 속에 있기 때문에 미래를 못 보는 것입니다.

Q. 합병 후 일부 인력이 계열사로 전출될 수도 있는지.

== 인력전출에 대해선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100여명의 직원을 더 뽑아야 합니다만, 채용을 안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자산운용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많은 일을 해보고 싶을 것입니다. 인생을 크게 보면 많은 경험 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인에게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원하는 사람에게 지원하도록 하면 됩니다. 구태여 싫다는 사람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미래에셋증권 내부에도 자산운용으로 가길 원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지원자는 많을 것으로 봅니다.

Q.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생명을 제외하곤 노조가 없다. 대우증권 인수하면 노조 허용하나.

== 이 문제를 너무 '대칭관계'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구성 요소는 여럿입니다. 상생하고 가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한국사회에 앞날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후배들이고 하니 염려하는 것보다 순탄하게 넘어갈 것입니다.

Q. 향후 해외 기업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 해외 진출에 관해선, 우리가 대우증권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게 첫째입니다. 이후 적합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아 보려 합니다.

미래에셋은 지속적으로 해외 기업 M&A에 관심을 갖고 우리와 잘 맞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해외 M&A는 항상 진행 중이었고 지금도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곤란한데 한국 회사는 아닙니다.

Q. 패키지로 인수하는 산은자산운용에는 어떤 변화가 있겠나.

== 산은자산운용에 대해선 회사의 수를 조금 바꿔보려 합니다. 한국 대표 헤지펀드 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대체투자, 채권 등 강점을 유지하면서 주식 대비 '중위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려 합니다.

이것도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인 그림이었습니다. 정부가 요즘 라이선스를 안 주기 때문입니다.

Q. 대체투자 확대와 관련, 금융회사로서 5성호텔을 지었는데.

== 미래에셋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이 부동산에 투자하니까 '성공해서 이제 편하게 살려고 그런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지극히 상업적인 결정입니다. 앞으로 관광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위험하다고 연기금 투자는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을지로 한가운데 빌딩 올리다가 실패하면 어떡하냐며 두려워했습니다.

저는 뭘 하려고 할 때마다 '안 된다' '위험하다'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업가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주저하면 중심에 못 섭니다.

변화를 만드는 건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플레이어들입니다. 지금 정부는 의지가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조용히 있습니다. 금융산업이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 사고 파는 게 다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찾아서 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 부문은 확대할 것입니다.

◆ 박현주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동원증권에 입사, 1991년 동원증권 최연소로 중앙지점 지점장이 됐다. 1996년 강남본부장 이사가 됐다.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같은 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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