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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준 준지 디자이너·삼성물산 패션 상무

“준지는 ‘클래식의 재해석’…언젠가 준지 하우스 만들고 싶어”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12월 14일 오전 7시 47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톰브라운’(Thom Browne), ‘트루사르디’(Trussardi), ‘발렌티노’(Valentino), ‘겐조’(Kenzo), ‘디젤’(Diesel Black Gold), ‘제냐’(Z Zegna)…이들 저명한 남성복 브랜드가 공통으로 거쳐간 관문이 하나 있다.

세계 최대 남성복 어패럴 전시회 ‘삐띠워모’의 ‘게스트 디자이너’ 자리다. 올해 이 영광의 ‘바통’을 넘겨받아 내년도 삐띠워모 초청을 받은 건 한국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다.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세계에서 사랑 받는 디자이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준지로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정 상무는 이번 삐띠워모 참석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성물산패션(구 제일모직)에 합류한 이래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패션변방’에 머물고 있는 한국에서 세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키워낸 정욱준 상무가 꿈꾸는 준지의 미래를 직접 들어봤다.

◆ “삐띠워모 남성복의 중심과도 같아…이서현 사장 칭찬·격려해줘”

Q. 삐띠워모 참여 소감은?

== 삐띠워모는 남성복에 있어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매해 2번씩, 제가 제 입으로 말씀 드리기는 쑥스럽지만(웃음),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를 초청해 컬렉션을 보여줍니다.

초대된 게스트만 컬렉션을 할 수 있어 주목 받게 되는 자리인 만큼, 굉장히 행복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2006년, 그러니까 10년 전 삐띠워모를 찾았을 당시 ‘디올’의 수장이었던 라프 시몬스가 게스트 디자이너였습니다. 그 분의 전시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피렌체에 초대받아 삐띠워모에서 전시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꿈을 꿨는데 그게 현실이 돼 정말 행복합니다.

Q. 삼성물산의 경우 기성복 사업을 하는 만큼 대중성이 강한 반면, 준지는 비대중적인 요소가 많다.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 디자이너로서 생각해도 창조성과 대중성은 균형을 잘 잡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창조성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들을 늘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봤는데, 만약 준지가 대중성이 강한 브랜드였다면 삐띠워모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대했을까요. 또 삐띠워모를 통해 1만개가 넘는 리테일러 바이어가 방문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대중적인 부분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삼성물산 이라는 대기업에 합류했다. 혼자 일할 때와 비교해 장단점이 있을 텐데.

== 제가 입사할 때는 제일모직이었죠. 삼성에 들어와서 준지가 더 발전했다, 그건 맞는 얘기입니다.

이전엔 저와 3명의 디자이너, 1명의 상품기획자(MD)가 함께 일했는데, 인적 자원에 목이 말랐습니다. 여기에 들어와서 보니 다양한 전문가들, 홍보 전문가, 소재 전문가가 옆에서 도와주니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 덕에 더욱 성장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단점이라면 일단 개인적으로 일할 때 보다 팀 인원이 늘어났으니 거기에 따른 책임감, 나쁘게 말하면 부담감이 생겼다는 점? 또 힘든 점이라면 개인 디자이너일 때는 자유로웠는데 정시 출근을 해야 하는 것.(웃음)

너무 상투적인가요. 정말 그렇습니다.

Q.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점이 개선이 돼야 한다고 보는지.

==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성과를 내는데 있어서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년에 2번씩 컬렉션을 보여주는데 그게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2010년 6월에 첫 쇼를 했습니다. 당시 ‘트렌치코트’라는 아이템을 잡아 이를 재해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매 컬렉션마다 항상 클래식한 아이템 1가지를 잡아 일관성을 가지고 비슷한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함께) 보여줬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때문에 후배 디자이너들도 자기 정체성과 일관성을 꾸준히 보여주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활동이 힘들지만 끝까지 버티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Q. K-뷰티의 명성에 비교하자면 K-패션은 아직 부족하지 않나.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과장되지 않게 표현하자면, K패션은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패션에 영향력을 끼치는 나라들, 가령 일본이나 벨기에나 이런 나라들을 보면 일단 문화가 먼저 (해외로) 나갑니다. 문화가 알려진 다음 거기 발맞춰 패션이 나가게 되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후배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디자이너들이 더 열심히 끈기를 갖고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Q.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준지는 조금 낯설다.

== 첫 파리컬렉션을 끝내고 인터뷰 한 이후 (기자가) ‘준지는 클래식의 전환’ 이라는 기사를 써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나 보더라고요.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매 컬렉션마다 하나씩 정하고 그 아이템들로부터 새로운 아이템들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일합니다. 그게(클래식의 전환) 어쩌면 준지를 표현하는 정말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Q.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 음. 클래식한 아이템의 재해석이 더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주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라인인 것 같습니다.

디자인팀과 개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쉽게 입을 수 있지만 준지 다운,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이번 삐띠워모 초청에 이서현 사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굉장히 축하해주셨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삐띠워모 게스트 디자이너 초청을 계기로 준지가 더 성장하길 바란다는 격려의 말씀, 칭찬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또 감사한 부분은 삐띠워모 게스트 디자이너가 되면 삐띠워모 측에서 상당한 금액의 지원금이 나옵니다. 덕분에 조금 더 규모가 크고 획기적인 컬렉션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여성복,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준지 하우스’ 만들고파”

Q. 작품의 영감을 어디서 얻나. 성장 배경이 영향을 미쳤나. 한국적인 요소는 디자인에 어떻게 녹여내나.

== 저는 의류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 덕에 아주 어려서부터 원단, 가죽, 재봉틀 등이 저에게는 친숙했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된 배경에 그런 것들이 깔려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것을 만지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꼭 한국적인 것을 디자인해야겠다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컬렉션을 끝낸 후 기사를 보다 ‘굉장히 한국적인 실루엣을 가진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제 첫 컬렉션 다시 보는데 조선시대 무사 옷과 닮아있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꼭 사명감은 없더라 해도 그게 무의식적으로 어쩌면, 또 의식적으로 작품으로 보여졌던 것 같습니다.

Q. 여성복 라인 등 다른 장르로도 발전 가능한지 궁금하다.

== 여성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세컨 브랜드’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남성복으로서의 준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여성 브랜드, 세컨 브랜드, 라이프스타일까지 준지 하우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통이란 게 가장 중요합니다.

디올과 같은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을 보면 100년, 200년 역사가 있습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브랜드를 지금 만들고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때는 영화를 못 누리겠지만(웃음) 100년 뒤 준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좋겠지요?

Q. 주목해서 보고 있는 후배디자이너가 있나.

== 얼마 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수상한 서혜인 디자이너와 SFDF가 끝나고 석식을 함께 했는데 글로벌한 마인드가 있고 욕심도 컸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래도록 열심히 할 친구 같아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 정욱준 상무는?

1992년 ESMOD SEOUL을 졸업, 99년에 ‘LONE COSTUME’를 설립했다. 2003년 아시아 ‘타임’이 뽑은 아시아 최고 디자이너 4인으로 선정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SFDF를 3년 연속 수상했다.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당시 제일모직)이 준지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삼성에 합류했다. 2013년 ‘샤넬’·‘에르메스’ 등 세계 유수 명품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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