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고시만 바라보는 잘못된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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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고시만 바라보는 잘못된 소비자들
  • 김일원 인턴기자 iwk@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9월 21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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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원 인턴기자] '춘무삼일청'(春無三日晴)이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사흘 맑을 날이 없다는 말이다. '굴곡 없는 인생은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인생에 좌절과 시련은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는 함의가 숨어있다.

A씨는 다년간 국가고시에 응시해 왔다. 하지만 합격의 여신은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도전하는 시험마다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공직이라는 문 앞에서 3년을 허비했다.

친구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아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도 있고 고시에 붙은 친구도 있다. '합격'이라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 A씨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고시 공부뿐이라 마땅히 다른 일을 찾기 어렵다는 게 A씨를 괴롭힌다.

매년 수많은 청년들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국가고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학가에서 열리는 국가고시 설명회 현장은 시험 준비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요 학원가는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전도유망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국가고시에 자신의 인생을 저당 잡히고 있다는 우려가 세간에 적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15∼29세)인구는 949만9000명이다. 이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513만명이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3만3000명이다.

이들 중 34.9%(22만1500명)가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정부와 지자체 채용 공무원 2만2000명보다 10배나 많은 숫자다. 경쟁률 또한 국가고시 7급 기준 지난해 83.9대 1에서 올해 81.9대 1로 바늘구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가고시제도는 금수저를 물지 않아도 노력만 하면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기회의 평등'에 무게를 둔 제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15년 현재 주위의 기대와 관심 속에 호기롭게 국가고시에 도전했던 청년들이 결국 실패해 낭인(浪人)으로 전락하는 일은 허다하다. 최근에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 위기 속에 그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고시 편중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안정성 소위 '철밥통'에 대한 구직자들의 갈망에 있다. 직장의 안정성을 높이면 국가고시에 대한 열풍이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지만 정책으로 해결하기란 여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청년들 사이에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물론 직장 안정성, 평생직장의 추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본인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려는 능동적인 직업의식이 필요한 때다.

직장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없이 국가고시 쏠림 현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또한 중요하다. 다행히 대학과 기업들이 손을 잡고 산학 협동 지원을 제공해 몇몇 벤처 신화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와 같다. 이렇게 되면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점차 뒤떨어질 것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인재 낭비로 또 하나의 자원난이 올지도 모른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모든 분야의 지원을 아끼지 말고 그들이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곧 국가 경제발전과 다양한 고용창출로 직행하는 포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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