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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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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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러시아, 지금부터 10년이 기회다

 

 

공항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시내까지 이어진 넓은 도로만이 낯선 손님을 반겼다. 극동의 중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생기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어깨가 쳐진 시민들은 돈이 적게 드는 주말놀이를 찾는 중이다. 철지난 여름바다와 트래킹 코스가 인기다. 시내중심가의 상점은 조용했다. 모스크바의 불황과 달리 동방은 예외겠지 라는 기대는 깨진지 오래다. 중앙 정부에 거는 희망은 이제 거의 없다. 차라리 옛 소련시절이 더 낮지 않느냐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비극의 시작은 유가 하락이었다. 100달러를 넘어 뛰어오르던 석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동이나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유전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석유생산은 고비용 구조다. 70달러는 넘어야 타산이 맞다. 그나마 천연가스를 팔아 버텨왔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푸틴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뒤 가해지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압박에 재갈을 물리려는 궁여지책이다. 상황은 녹녹치 않다. 이 카드를 선택할 경우 자신이 먼저 정치적 기로에 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멸이냐 극복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만 쌓여간다. 그사이 루블화는 휴지조각이 되어가고 있다. 달러당 30루블 안팎이던 환율은 올해 65루블까지 폭락했다. 진짜 문제는 폭락의 끝을 알수 없다는 것이다.

100루블이면 먹을 수 있던 서민들의 점심 한끼가 200루블이고 2천만원이던 자동차가 4천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다. 극동 러시아 함대가 자리했던 항구 언덕의 신축 아파트는 모두 반토막이 났다. 앉은 자리에서 재산이 반값으로 접힌 것이다. 이러면 소비가 유지되기 어렵다. 흥청거리던 유흥가와 식당, 쇼핑가는 찬바람이 돌고 있다.

몇 년 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서둘렀던 해안절경의 하이얏트 호텔은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뼈대만 세워놓고 자금이 없어 인터리어 공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바람에 20년전 고 정주영회장이 지은 현대호텔이 최고의 숙소로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자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신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금융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을 점치고 있다. 국가신용도는 투기등급으로 강등되었고 지속적으로 이탈하는 해외자금은 자본시장을 휘저어 놓았다. 유가는 현재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대로라면 더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20년 전 금융위기와는 내용이 다르다는 분석들도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쥐고 있는 4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과거 디폴트 상황과는 판이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스스로 손을 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선택의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은 느낌이다.

푸틴은 그동안 극동에 많은 공을 들였다. 동북아시아 경제강국들과 연계해 이 지역을 부흥시키려고 지금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에이펙 정상회담을 치룬 뒤 루스키 섬은 현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외곽도로와 우스리스크 연결구간이 확 달라졌다. 이달 초에는 동방경제포럼을 직접 주재하면서 투자를 호소했다. 우리나라의 산업자원부 장관과 무역협회장도 참석했다. 연해주 투자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철도의 종점인 북한 국경 핫산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까지 내놨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극동해군 본부에 전시중인 옛 잠수함에 올랐다. 2차 대전 때 독일 함정 20척을 수장시킨 국가영웅이다. 승전 70주년 행사에서도 거론된 주인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혁명광장 모퉁이의 두 평 남짓한 도자기 가게를 더 많이 찾았다. 임페리얼 포세린. 러시아 황제의 식기를 만들었던 장인들의 솜씨가 얹힌 세계적 명품이다. 반값으로 떨어진 짜르의 도자기를 박스로 사는 중이다. 과거 화려했던 이데올로기와 무력의 제국에서 목격한 현주소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에게 특별하다. 독립운동의 성지로, 극동경제권의 중심지로, 시베리아를 안고 있는 부동항으로. 18세기 중국 영토를 차지하면서 일찍이 '동방을 정복하라(블라디보스토크)' 는 그들의 선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러시아는 오히려 기회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연해주에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 일본의 중간지대이면서 북한과 접해있고 우리와 멀지 않은 세계적 잠재성장지역이다.

정주영회장이 시베리아 목재를 잘라다 팔아보겠다고 이곳에 눈독을 들인지 벌써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그 꿈은 진행형이다 우스리스크 현대농장으로 발걸음만 떼어놓은 셈이다. 지평선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연해주의 비옥한 벌판은 가슴을 뛰게 한다. 무한한 가능성의 대지다. 러시아는 지금부터 우리에게 10년이 기회인 것 같다. 만주와 연해주를 내 달렸던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을 우리가 다시 되살릴 때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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