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석 앞둔 취업준비생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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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석 앞둔 취업준비생들 안녕하십니까"
  • 서순현 인턴기자 camille@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9월 14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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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인턴기자] 추석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푸념들이 들린다. 시골 큰집에 내려가면 십중팔구 친척들이 일부러든 아니든 아픈 부분을 건드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가족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웃어넘길 수도 없는 가시방석 명절이다.

매년 이맘때면 대기업들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막이 오른다. 취업준비생들은 서류전형을 위해 부던히 '자소설'을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채 일정은 중간에 추석을 포함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채로 한가위를 보내야 한다.

지난 9일 통계청은 청년층 평균 실업률이 0.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이 낮아진 것은 2년3개월 만이라고 한다. 컨설팅 기업 타워스왓슨은 한국의 대졸 초임이 월 평균 2228달러로 싱가포르나 일본보다 높고 인도의 5배나 된다고 밝혔다.

이어 타워스왓슨은 조사 결과가 인도가 국제적 인력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타워스왓슨 삼바브 라키안 아시아태평양지역 데이터서비스 책임자는 "이같은 임금 차이가 인도를 아웃소싱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세계 주요 도시들의 생활비 수준 조사 결과 서울은 9위를 차지했다. 도쿄, 오사카 심지어는 뉴욕보다 높다.

특히 조사 보고서에는 "서울은 5년 전에는 50위였는데 올해는 10위 안에 들어갔다"고 주목할 만 한 곳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은 올해 기준 5580원이다. 타워스왓슨의 '인력시장에서의 경쟁력'이라는게 정확히 무슨 의미로 언급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의 인력시장 경쟁력은 계속 높아져만 가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와닿지 않는다. 정작 취업준비생들 주변에 '최근 일자리를 잡고 초임으로 월 250만원이 넘는 급여를 받는 친구'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기성세대라면 이러한 평균수치는 이 시대 힘든 취업준비생을 위협할 수 있는 큰 무기가 된다. 사회는 이렇게 '평균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데 평균만도 못하며 사는 게 아니냐 질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평균에 들어가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통계적으로 보면 평균값보다 어떻게 자료들이 분포돼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평균값으로 시험성적을 가장 많이 계산해서 그런지 평균값이 해당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대푯값이란 일련의 자료들을 도수분포표로 정리했을 때 그 분포를 하나의 수치로 대표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평균값도 대푯값으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문제는 평균값이 그 집단을 대표할 수 없는 값인데도 쓰이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를 크기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게 되는 '중앙값'과 자료분포 중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최빈값'을 무시한 평균은 대푯값으로 쓸 수 없다. 무조건 평균 수치로써 세상을 판단하는 잣대는 지양돼야 한다.

지난 11일 정부는 노사정 노동개혁을 위한 합의가 정부 협상시한인 지난 10일을 넘긴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노동개혁 법안 입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야심차게 들고 나온 노동개혁이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번 추석에도 올 설에도 취업준비생들의 명절증후군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소위 스펙을 쌓거나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을지 언정 그 외 다른 부분에서 눈치 보거나 힘들 일 없는 사회가 오기를.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안녕'(安寧)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절실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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