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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중동·중남미 시장 진출…2020년 매출 12조원, 글로벌 사업 비중 50% 달성”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09월 14일 오전 7시 51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고희연’을 겸한 간담회가 진행된 경기도 오산시 기장동의 아모레 뷰티사업장은 ‘공장’이라기 보다 거대한 ‘정원’에 가까웠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반 남짓 거리인데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뜨끈한 햇살에 복숭아와 포도가 느긋하게 여물고 코스모스는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드넓은 대지에는 껍질 하얀 자작나무가 보기 좋은 간격으로 서있었고 인공폭포의 물이 수직 낙하하는 소리는 초가을 하늘만큼이나 시원스러웠다.

잔칫날 손님을 초대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으면서 더불어 참 일할 맛 나는 직장이겠구나 하는 부러움도 샘솟았다.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서경배 회장의 의지를 ‘말’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2016년 중동-2017년 중남미 진출할 것”

Q. 인구 1000만 이상의 글로벌 메가 씨티 진출 전략을 내놨다.

== 최근 진출을 시작한 캐나다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쳐 북미 지역 사업 성장세를 공고히 하고 내년 중동, 2017년 중남미 시장 진출을 통해 신규 출점 시장에도 아시안 뷰티를 전할 계획입니다.

21세기 들어 경제성장과 함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며 막대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과 부유층이 모여들고 있는 아시아 메가 씨티에 대한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기진출 국가에서의 브랜드력 확산과 더불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메가 씨티로의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중국 리스크’를 극복할 전략과 향후 70년, 100년에 대한 미래 청사진은 어떤지.

== 중국의 화장인구는 2억명에 접근했으며 앞으로 5억명 정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 소비자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늘 얘기하듯 성장하는 산업도 없고 쇠퇴하는 산업도 없습니다. 오직 성장하는 기업과 쇠퇴하는 기업만이 있을 뿐이지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더욱 겸손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대처해 나갈까 하고 있습니다. 또 이제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 볼 때 사업을 얼마나 입체화 하느냐 하는 것이 우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사업의 ‘입체화’란.

가령 어떤 유통 채널들로 접근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90년대 초까지는 방문판매를 주축으로 사업을 해왔지만 그 이후 여러가지 채널 혁신을 해온 것처럼 말입니다.

또 80년대까지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하나로 사업을 해왔지만 다양한 니즈와 채널이 생김에 따라 이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로 다각화 해왔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아시아 시장으로, 또 중동∙인도∙남아메리카 시장에 시도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화장 습관과 국가별 차이들,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춘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창립 70주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가장 뿌듯하고 기뻤던 순간, 그리고 기억나는 고난의 순간이 있었다면.

== 91년도 파업 당시 사실 거의 망할 뻔 했습니다. 당시 시장이 개방되고 민주화 움직임도 있었는데 아마도 그런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숙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우리의 문제로 돌리고 개선해나가자 라는 마음으로 결국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선대 회장님께서 이를 기뻐하셨던 게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입니다. 결국 가장 뿌듯한 것은 그런 어려움들을 겪으면서도 주위의 도움으로 이를 다 극복했다는 점입니다.

Q. 5가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했다.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 브랜드라는 것은 첫째, 소비자와의 약속입니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5개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마스크팩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슬리핑마스크팩 제품을 도입, 공전의 히트를 쳤습니다.

결국 생활과 밀접한 제품으로 라네즈는 이제 중요 브랜드로 중국에 정착했습니다. 이니스프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근본적인 자연의 이야기들. 설화수는 동양적 가치와 전통을 존중한다는 점에 맞춰 동양이 가진 인간에 대한 철학을 반영했습니다. 이처럼 늘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 브랜드에는 ‘뜻’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 하나의 스토리가 시간이 지나 ‘히스토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아모레도 최근 ‘갑질’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될 예정이다.

== 그 일에 대해선 회사 대표로서 유감스럽고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이며 현재로서는 다 마무리가 됐습니다. 회사의 공식입장에 대해서는 상황이 진행되는 대로 홍보실을 통해 공유할 예정입니다.

Q.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라는 에뛰드의 실적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 에뛰드는 저희의 챔피언 브랜드인데 실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며 이 브랜드에 대한 정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린세스의 꿈’이라는 콘셉트가 소비자 생각과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드 코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모든 브랜드에는 부침이 있습니다. 까치는 가장 바람이 세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면 태풍이 불어와도 집이 떨어지지 않지요.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집을 정비하면 거센 바람 앞에 집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 같은 마음으로 오히려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꺼내어놓고 까치집을 새로이 짓는 마음으로 (에뛰드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 “‘어머니’의 정신…품질고집, 공존 가치 지켜나갈 것”

Q. 선대회장님이 아모레퍼시픽을 이끌어나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경영철학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선대회장님이 식사를 할 때 말씀을 하셨던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차별화를 해서 남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거짓부렁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 부딪쳐도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과 말에 있어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Q. 아모레의 모태는 ‘어머니’라고 했다. 아카이브와 스토리가든에서도 선대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데.

== 당신(서성환 선대회장) 어머니께서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내가 만든 물건은 제일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원료를 쓰는 것에는 타협이 없었고 더 좋은 원료를 찾기 위해 보부상들에게 수소문을 할 정도로 ‘품질에 대한 고집’만은 분명했습니다.

또 하나 그분께서 남기신 유산이라면, 당시 사는 게 넉넉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1인분 정도 여유 있게 밥상을 차리셨다는 점입니다. 소반 하나에 밥과 국, 반찬을 따로 차려두면 지나가다 저녁을 먹지 못한 사람들이 한번씩 들러 끼니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마음의 여유, 공존에 대한 생각이 좋은 기업이 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분께서 남기신 그 두 가지, 품질 고집과 공존의 가치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려 합니다.

Q. 이렇게 성공할 거라 예측하지 못한 제품이 있었다면.

== ‘쿠션’입니다. 쿠션은 처음에 연구원들이 밥을 먹다가 주차 도장 스탬프를 찍듯이 화장품을 만들면 간편하지 않겠느냐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되겠냐’ 하고 모두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을 멈추고 연구소에 올라가 생각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쿠션의 시작이 그렇습니다.

쿠션 형태의 화장품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이를 구체화하면서 청계천 세운상가를 누비며 제품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제품이 만들어졌지만, 판매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은 누군가는 이 제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음 만드는 제품이다 보니 이 제품을 맡아 판매하는 것을 모두가 꺼렸습니다. 그 중 한 명이 팔아보겠다 나섰지만 처음엔 생각같이 잘 팔리지 않았죠. 세상에 없는 것을 팔려 하니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팀장이 이것을 홈쇼핑에서 팔아보겠다 나섰습니다. 그리고 곧 홈쇼핑에서 이 제품이 대박을 치며 입소문을 탔고, 쿠션을 팔아보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저는 혁신이라는 것은 남이 잘하는 것을 잘 흡수해 내는 빠른 혁신도 있고, 때로는 더딜지 몰라도 슬로우 러닝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이것이 되겠느냐’하고 생각했던 쿠션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성공한 것처럼 말입니다.

Q. 경영자로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또 최근 짓고 잇는 신사옥 관련해 따로 주문한 게 있다면.

== 우선 쉬운 질문부터 대답을 하자면, 신사옥은 잘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입니다. 1958년 첫 사옥을 지었고 1976년도에 2번째 사옥을 지었습니다. 이번에 사옥을 새롭게 짓게 되면 지난 60년에 걸쳐 같은 곳에 3번 사옥을 짓는 것입니다.

저는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사옥을 ‘창의 공작소’로 만들고자 합니다. 요즘 건물을 보면 다들 매우 높은 것을 추구하지만, 저희 사옥은 22층으로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대신 한 층의 높이가 높습니다. 한 층의 사무실 공간이 2400평 정도가 되고 사람들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즐겁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건물의 한 가운데는 모두 비워 하루 종일 햇빛이 들어오도록 할 예정입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따로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50대 초반이고, 저 또한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사실 앞으로는 경영자들의 그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을 초월해서 좋은 경영자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서경배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코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87년 ㈜태평양에 입사했다. 92년 태평양제약 사장으로 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3년 대한화장품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 ㈜태평양 및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2013년 1월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아모레퍼시픽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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