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영·한 혼용 남발 소비자는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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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영·한 혼용 남발 소비자는 헷갈린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8월 24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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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KEB외환은행'

영어와 한글이 혼용된 국내 시중은행들의 사명(社名)이다. 기존에 유지하던 한글사명에 영어 '간판'을 갖다 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호칭은 부르는 사람의 재량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KB국민' '국민은행' 'KB' 등 여러 별명(?)을 갖게 됐다.

금융권의 영한 혼용사명은 어느덧 익숙한 풍토로 자리잡았지만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안팎이다. 각 은행마다 사연도 다르다.

우선 KDB산업은행은 '산은분할' 당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 2009년 정부출자 은행이었던 한국산업은행은 상업금융 부문을 떼어낸 산은금융그룹과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

산은금융그룹이 은행과 캐피탈, 증권, 자산운용, 인프라 등 계열사를 갖춘 지주사로 거듭나게 되면서 'Korea Development Bank'의 약자인 KDB를 별도로 붙이게 됐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영어사명에 은행 출범의 뜻이 담겨있다. 기업은행은 당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은행으로 출범했다. 본래 명칭은 중소기업은행이다.

그러던 2010년 중소기업을 뜻하는 'Industrial Bank of Korea'의 약칭인 'IBK'를 말머리에 붙이고 중소기업은행의 '중소'를 떼어내 지금의 IBK기업은행이 탄생했다.

KB국민은행은 두 은행과 경우가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 당시 'Kookmin Bank'의 약자인 'KB'라는 사명을 붙이고 새 시작을 알렸다.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그룹도 새로운 영어사명에 방향성을 부여했다. 올해 초 경남은행을 인수하며 대형 금융지주로 재탄생한 BS금융은 BNK로 사명을 변경하며 '글로벌' 의지를 다졌다.

'부산&경남'이라는 표면적 의미 속에 'Beyond No.1 in Korea'라는 뜻을 내재한 것이다. 영어사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수은행들도 영어간판을 붙이며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NH농협' 'SH수협' 'MG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이 합병∙분할 후 새로운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한 목적과 거리가 있다. 농협과 수협은 사명의 영어약자인 NH와 SH를, 새마을금고는 '마을금고'라는 뜻의 MG를 덧붙였다.

금융권 전반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혼용사명이 남발되는 이유로는 영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동남아를 필두로 진행되는 '글로벌 정책'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호'가 붙음으로써 기성세대와의 '리터러시(Literacy)' 격차가 더 벌어지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스마트 뱅킹 등 신기술이 대두되는 가운데 외국어까지 등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성세대는 은행의 두터운 소비층이다. 협동조합 등 특수은행 역시 주거래 대상의 연령대를 감안할 때 혼용사명 체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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