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졸부근성' 못 버린 롯데家 아귀다툼 소비자 등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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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졸부근성' 못 버린 롯데家 아귀다툼 소비자 등돌린다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8월 10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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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자고로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고 했다. 특히 서로의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는 가족들끼리 물고 뜯는 폭로전을 시작하면 승리를 거둔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롯데家 형제 전쟁이 딱 그런 모양새다.

신격호 회장의 치매 여부가 이번 다툼에서 유·불리를 결정짓는 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식들은 노구(老軀)의 아버지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데에 한 치 거리낌이 없다.

병색이 완연한 앙상한 몸과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는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그가 '제정신'이냐 아니냐를 놓고 호사가들은 입방아를 찧었다. 

한일 양국에 거쳐 '롯데'라는 거대한 왕국을 건설했던 창업주 신격호의 시대는 결국 자식들의 손에 의해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막 내린 셈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때렸다는 등, 소리를 질렀다는 등 가장 사적인 영역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그런 끈끈함이 돈 앞에서 얼마나 맥없이 허물어지는 지, 전국민이 형제간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며 느끼고 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누군가는 돈과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겠지만 그 대가로 가족도 잃고 더불어 민심도 잃을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권력의 비호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동주·신동빈이 딛고 선 '그들만의 롯데'는 실상 껌 하나, 과자 하나 사먹은 소비자 쌈짓돈으로 세워졌다. 때문에 우리는 기업에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고 공익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환원이나 상생 대신 지난 세월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지배구조로 총수일가의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에만 힘써왔다. 

부자에 대한 인식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땅콩 회항'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번 롯데 사태는 들불에 기름을 부운 격이다. 돈 앞에 부모형제도 없는 재벌가의 천박한 '민낯' 앞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환멸과 거부감이 결코 작지 않다. 

'배금주의'로 대표되는 졸부근성을 버리지 못한 일부 재벌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 수치다. 우리가 아직도 후진적인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존경할만한 '경제리더'를 가지지 못한 것은 국민적 비극이다.

소비자들의 눈은 이미 글로벌 기준에 맞춰져 있다.

'세계 34위 부자'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얼마 전 자신의 전재산인 320억 달러, 우리돈 약 35조8560억원 상당을 기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죽기 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재산의 95%를, 워렌 버핏은 99%를 각각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각종 편법을 총동원해 재산을 증여하면서 악착같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국내 재벌들과 나란히 언급하는 것 조차 미안할 지경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나설 차례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이 그 시작이다. 부덕한 기업에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재벌일가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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