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민망한 '대기업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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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민망한 '대기업 찬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8월 03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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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중소기업은 도와주고 대기업은 목 죄는 차별 규제로 기업가 정신이 소멸되고 있다."

오랜 시간 가슴 속에 묵혀뒀던 대기업 오너의 하소연이 아니다. 대기업 편입을 앞두고 있는 현직 '중견기업' 인사의 발언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설화'다. 지난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연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미심쩍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림그룹은 내년 4월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린다. 법정관리를 받던 팬오션을 1조79억5000만원에 인수,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선데 따른 수순이다. '기준덩치'를 넘어섰으니 '대기업' 칭호는 당연지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림은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총 2016억원의 축산경영종합자금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 부터 지원받았다. 하림 지주사인 하림홀딩스가 2013년 상반기 기준 국내외 76개 법인을 거느리며 국내 최대 육가공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로 하림을 일궜다."

김홍국 회장이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역사'다. 10마리의 병아리가 세제혜택과 각종 지원금 등을 양분 삼아 '하림그룹 신화'로 컸다는 결론이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목을 죄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김홍국 회장의 언급을 두고 재계가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언급 시점도 여론을 불편하게 하긴 마찬가지다.

프랑스 정부는 1년 이상 근무할 직원을 신규 고용하는 기업에 4000유로(약 5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소기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로 약 2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2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자리 창출'과 고른성장이 골자다. 

박근혜 정부도 궤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대기업 총수 17명 등이 참석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발전 방향과 지원 강화' 간담회가 열렸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창조경제 구현'의 중심축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중소·벤처기업들과의 상생을 대승적 차원에서 도모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꾸려져 있는 대한민국 산업의 체질개선이 곧 체력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함의가 숨어있다.

허창수 GS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참석한 총수들은 일제히 화답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확보, 대·중소기업들간의 '상생경영'은 시대적 소명이 된 지 오래다. 자칫 역행할 경우 그 동안 어렵사리 얻었던 것들을 하루 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들이 가려워했던 곳을 예비 '대기업 막내'인 김홍국 회장이 자청해서 긁어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의 온갖 혜택을 받던 중견회사의 오너가 하루 아침에 낯빛을 바꿔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썩 고와 보이지는 않는다."

재계에 정통한 고위 인사의 따끔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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