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나·외환銀, '진정한 통합은행' 거듭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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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나·외환銀, '진정한 통합은행' 거듭나려면…
  • 이호영 기자 eeso47@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7월 20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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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호영 기자] 지난 13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올 9월 조기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2012년 외환이 하나금융에 인수돼 지난해 7월 사측이 합병을 거론한 지 1년만이다. 그동안 노사는 법정공방을 거듭해왔다.

외견상 이번 합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일한 '합병 반대 세력'이었던 외환노조가 입장을 전격 선회한 덕분인 듯 보인다.

외환노조는 지금까지 일련의 '비협조적' 결정을 내리면서 대내외적으로 '합병의 주적'으로 지목돼왔다.

지난 6월 하나금융은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 사용 등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2.17 합의서 수정안'을 제시했고 같은 달 말 김 회장은 하나와 외환, 하나노조와 외환노조간 모임을 제안했지만 외환노조는 '불참'을 선언했다. 

외환노조는 외환은행 내부 직원들과도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양 비치기도 했다. 

2754억원 가량의 세금감면 혜택이나 사측의 구조조정 압력 등을 이유로 하나와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대세였고 외환은행의 직원들이기도 한 노조원들은 '합병의 주적'으로서 많은 상처를 겪어야 했다.  

여기에서 짚고넘어가야 할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상황'이었단 점이다. 노조는 합병의 주적이 아니었고 지난 1년간 '2.17 합의를 지키라''지킬 것만 지켜진다면'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밥 그릇 크기를 지키려는 집단의 이기로 비쳤을 수 있지만 '외환''KEB'를 '행명에 반영해달라'며 외환노조가 요구해온 것은 '외환은행의 정체성 유지'였다. 

합병 직전 기자와 만난 외환노조 한 관계자는 "합병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2.17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행명에 '외환'을 넣겠다 했지만 사실상 '넣지 않겠다'는 말이어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뿐"이라고 밝혔다.

'외환인'과 '외환은행'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달라는 주장은 통합은행으로서 하나와 외환의 행보에 질이 다른 고민을 요구한다. 

'정체성' 문제는 합병 후 2년간 유지될 각사 체제와 향후 하나·외환 통합은행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서도 본질적이라는 점이다. 조직 문화의 차이를 배려하고 보듬는 문제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물리적인 '합병'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외환노조는 3년 전 하나가 인수하기 전까지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아니었다며 이질적인 하나의 조직문화와 겪는 적응과 갈등이라는 문제야말로 현재 외환은행 실적 하락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하나와 외환이 진정한 의미의 통합은행으로서 거듭나려면 두 은행 간 상이한 조직 문화 차이에 대한 배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화합을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물리적인 통합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갖고 향후 통합된 하나와 외환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다.

자산규모 290조원대 국내 1위 은행으로서 덩치만큼 제대로 된 성과를 내면서 '진정한 통합은행'으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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