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식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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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식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6월 2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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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보호자 등 병원 문화 '인식 개선'…현명한 의료 소비자 돼야"
   
▲ 안형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우리나라의 잘못된 병문안·간병 문화는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안형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말이다. '한국식 의료 문화'가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과도 일정 정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지난해부터 병원 내 감염실태 등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해왔다. 잦은 병문안과 보호자 시스템이 감염 발생률을 최대 7배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국내 병원과 의료 소비자들에게 병원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 "병문안 좋지 않은 습관…메르스 확진자 중 3분의1"

Q.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한국의 병문안 문화를 꼽고 있다.

==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병문안을 가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우리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병문안은 사실 굉장히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당장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메르스 확진자 중 3분의1 이상이 병문안을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가급적 병문안을 삼가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나아가서는 국내 의료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WHO 역시 '한국식 의료 문화'를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죠.

Q. '한국식 의료 문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아까 말씀 드린 병문안이 대표적입니다. 또 '간병문화'가 있습니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24시간 환자 옆을 지키는 제도 말입니다. 이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전염에 대한 염려죠.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인 남편을 간병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부인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Q. 이와 관련 지난해 '병원 내 감염실태'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있는 곳. 그들 없이 환자만 있는 곳. 이렇게 2군데를 나눠 조사했습니다. 2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했죠.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있는 경우 감염 발생율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폐렴 같은 경우 7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상주하고 있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감염률이 훨씬 낮았다는 뜻입니다. 보호자가 없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제도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입니다.

Q. 메르스의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

==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환자들이 좁은 병실에 있다 보니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병문안 온 사람이나 간병인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겨갈 시간이 많아지니까요.

반대의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이 바깥에서 다른 병을 가지고 오는거죠. 보통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 '포괄간호서비스'가 시행 중인 한 병원의 모습. 간호사들이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간호 인력 충원 '포괄간호서비스' 주목…소비자 인식 개선 기대"

Q. 그렇다고 간병인·보호자를 없애기는 힘들어 보인다.

== 사실 잘못된 인식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병실에는 환자들만 상주하게 만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간호 인력 등을 더 충원해야겠죠.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힘듭니다. 건강보험료 등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충분한 병실을 제공하기 힘들죠.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것을 물론이고요.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Q. 외국의 분위기는 어떤가.

== 사실상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병원에 상주하는 문화는 일본·한국 등 동아시아에만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일본은 약 20년 전에 이 같은 문화를 과감히 버렸죠. 최근 일본 병원에 가보면 병실이 아주 조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만 정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 '포괄간호서비스'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간호 인력 충원을 통해 보호자나 간병인을 두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죠. 2013년부터 약 30개 병원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실효성이 엿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병원에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료 소비자들이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병실에서 외부 음식을 마구 나눠먹거나 면회 시간을 지키지 않는 행동 등은 자제해야 할 테고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안형식 교수는?

1986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의료계에 입문했다. 1990년까지 서울대 의과대학서 조교로 있다 1990년 충북해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로 일했다. 1996년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6월 현재 코크란 연합 한국지부장, 근거중심의학연구소장,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 등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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