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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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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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재교육 중요…저금리 시대, 중위험·중수익 추구 분산투자하라"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인구 고령화 속도는 유래없이 빠른데 노후준비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노후를 성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 통합적인 관점의 은퇴자산 관리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은퇴자산 관리 원칙도 환경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글로벌 분산투자' '안정 투자' '우량자산 선별 투자' '위험 대비' '통합적 운용'이라는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저금리 시대에 중간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김경록 소장. 은퇴 이후를 준비함에 있어 빼놓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 "은퇴 후 시간 관리 중요" "재교육으로 인적가치 높여야"

Q.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어떤 곳?

== 성공적인 자산운용과 평안한 노후를 위해 은퇴와 투자 관련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한국 사회가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이른바 '2저1고' 시대를 맞았습니다. 달라진 환경에서 성공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통합적인 관점의 은퇴 정보가 필요해졌습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이런 필요에 부응해 노후준비와 은퇴자산 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연구활동과 더불어 기업 근로자와 예비은퇴자, 은퇴자를 대상으로 교육활동도 합니다. 은퇴 관련 교육자료와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Q. 은퇴 이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시간과 돈과 관계입니다. 특히 시간관리가 중요합니다. 일본에 가서 나이가 여든쯤 된 커뮤니티 관리인을 만났습니다. 퇴직 후에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물었더니 그는 '멍 때리지 않기'라고 답했습니다. 집에 멍하게 있지 말고 밖에서 뭐든 하라는 얘깁니다.

돈의 흐름과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도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벌던 때와 달리 은퇴 후엔 돈이 나가기만 하는데 돈을 모으면서 쓸 때와 쓰기만 할 때 각각 돈의 성격이 다릅니다. 수입 없이 쓰기만 하는 돈을 투자로 모두 잃을 경우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퇴직 후 인간관계에는 일어나는 일대 변화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좋아서든 싫어서든 맺어진 관계들은 은퇴 후 대부분 끊어집니다. 그때부턴 자신이 능동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종전과 다른 노력이 요구됩니다.

Q. 은퇴 후 자영업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많다.

== 창업은 은퇴 후 가장 손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나의 경쟁력을 따져봐야 합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소자본이 아닌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할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히 젊을 때 모은 소자본에 의존해 창업했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입니다.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정년을 맞이하면서 자영업 시장은 '레드오션'이 될 겁니다. 성공해도 큰 돈을 벌기 어려운데다 실패하면 모든 자본을 잃고 빚까지 지게 됩니다. 이를 노후에 다시 축적하긴 어렵습니다.

Q. 어떤 기술을 익히면 도움이 될 지 잘 모르겠다.

== 기술은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분야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면 됩니다. 퇴직후의 성공담을 보면 치열하게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기술을 익혀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퇴직 후에 몇 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운 사람도 있습니다.

장차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 유용할 것입니다. 다만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가능한 한 부가가치가 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Q. 다시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텐데.

== 공부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한 번 습득하고 나면 시간이 갈수록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습니다. 대학교육 수준은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직업능력개발 참여율은 OECD 최하위입니다. 성인의 평생학습 참가율도 OECD 평균 40%에 훨씬 못 미치는 30%수준입니다.

이런 양분화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자 교육도 퇴직이 임박하기 전부터 계획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린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40년 은퇴생활을 위해 몇 년간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Q. 여성은 노후준비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 100세 시대에 여성은 질병에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치매나 중대 질병은 80대 이상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고령층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80세 이상 고령자 중 70%가 여성입니다. 100세 이상 초고령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85%에 달합니다.

여성은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더 공들여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의 연령 차이가 보통 2~3살 나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7~8년 더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은 혼자서 10년 가량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아플 때 등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은 점점 많아집니다.

Q. 은퇴 생활에서 자식들이 변수로 등장하기도 한다.

== 리어왕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어왕은 다 늙어서 딸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물려주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젊은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에 무엇이 될지 모르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간가치'라는 것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노년기에 들어선 사람에겐 지금까지 쌓아놓은 자산이나 사회적 관계와 같은 본질가치만 남습니다. 노년에 들어서는 주로 가지고 있는 것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됩니다. 때문에 노년에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식에게 모두 줘버리면 자신의 가치도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Q. 안전하게 노후 생활자금을 지키는 방법이 궁금하다.

== 은퇴 후 생존에 필요한 자금은 자식은 물론 본인도 임의로 찾아 쓰지 못하게 묶어둬야 합니다. 특히연금자산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돛대에 스스로 몸을 묶었습니다. 연금을 해지하고 목돈을 손에 넣고 싶은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목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이를 다시 연금화 해야 합니다. 은행에 있는 돈은 지갑에 든 돈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와 들어올 소득을 계산해본 뒤 적정 금액씩 평생에 걸쳐 수령할 수 있도록 연금화 해두면 혹시 모를 위험과 유혹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필수 노후자금을 이렇게 묶어두고 남는 돈을  투자자산에 배분하면 됩니다.

◆ "저금리 시대,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자산 증식 필요"

Q. 이른바 '고령화' '초저금리' '저성장' 시대다.

== 정기예금 금리는 1%대까지 진입했습니다. 향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되면 이 1%대 금리가 고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자산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금리가 낮아진 만큼 자산의 증가속도도 가속적으로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1% 이하까지 내려가면 증식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금리가 5%일 때 원금이 2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년입니다. 금리가 2%일 땐 36년이 걸립니다. 1%일 때엔 무려 70년이 걸립니다. 금리가 2.5%인 상태에서 매년 400만원씩 저축해 3억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년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1.5%가 되면 이 시간은 50년으로 늘어납니다.

Q. 자산 증식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

== 이론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축에서 투자로 눈을 돌려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쓰면 충분히 자산증식이 가능합니다.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얻는 추가수익의 효율성은 금리가 낮을수록 큽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2%일 때 투자수익 3%를 더 올릴 경우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2년이나 단축됩니다. 금리가 4%일 때 투자수익 3%가 추가될 경우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8년을 단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위험 감수에 따르는 이익은 저금리 시대로 갈수록 크다는 얘깁니다.

초저금리 시기에는 노동의 가치가 더 커집니다. 종전에 비해 더 오래 일해서 보다 많은 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은퇴 이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합니다. 0.1%의 수익률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실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과세 영역에 투자하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Q. 투자에 대해 잘 몰라서 손 대기가 어렵다.

== 투자자산도 추세를 따르는 자산, 우량자산, 분산 자산 셋으로 나눠 고루 갖춰야 합니다. 추세를 따르는 자산은 예컨대 현재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각광받고 있는 헬스케어, 바이오 기업 등과 같은 트렌디한 종목을 의미합니다. 우량자산이란 경쟁력을 갖췄으면서도 빠른 위기 회복 능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주식, 채권, 외국자산 등 여러 부문에 분포된 분산자산도 중요합니다. 또 기억해야 할 점은 무리해서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감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만회하려고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데 이렇게 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Q. 분산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시간의 분산, 자산군의 분산, 지역별 분산 등을 고려해 분산하면 됩니다. 시간의 분산이란 투자금을 한번에 투자하지 않고 조금씩 나눠서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산군의 분산은 투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골고루 나눠 배분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이 투자 지역을 국내에 한정하거나 특정 국가에 집중하지 않고 국내외 여러 지역에 나눠 투자하는 지역별 분산도 중요합니다. 일본과 대만에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년 이상 주가가 정체돼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지역별 분산이 왜 필요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3~4중으로 분산 투자하면 특정한 경제상황이나 이슈를 맞아 자산가치가 급락할 위험이 줄어듭니다. 더 세분화된 분산 전략을 쓰겠다면 주식이라는 동일 자산군 내에서도 해외주식·배당주·가치주 등으로 나누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연금 운용에 대해 조언한다면.

연금에서도 배분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연금은 장기운용이어서 작은 수익률 차이도 결과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펀드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형)은 스스로 투자할 펀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채권 등 자산을 잘 배분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료에 따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성과 상위 10%의 수익률과 하위 10%의 최근 1년간 수익률 차이는 5.7%포인트에 달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젊을 때엔 위험자산에 비중을 두고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쪽으로 무게를 싣는 전략입니다.

◆ 김경록 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3년 1월부터 은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를 저술하고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을 번역한 인구구조·자산운용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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