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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조아라 대표

“문학의 ‘배설 효과’ 필요…억압받는 현대인 감정표출 창구로서 존재”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05월 26일 오전 7시 42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대표님은 4차원 ‘오타쿠’에요.”

이수희 대표에 대한 조아라 직원들의 평가다. 수다에 가까운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의미의 ‘오타쿠’다.

‘웹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개념 조차 없던 시절, 웹소설 연재 사이트 조아라를 만들어 어느덧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키워낸 ‘뚝심’과도 일맥상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1년에 200~300만원 매출에 불과했던 조아라는 올해 1분기에만 25억원을 벌어들였다. 오직 ‘글’을 팔아서다. 1억원대 연봉의 작가도 여럿 배출했다. ‘콘텐츠는 돈이 되지 않는다,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통념을 깼다.

도서·출판 시장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읽고 쓰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믿은 덕분이다. 

‘4차원’이라는 평가에 대해 “생각의 경계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달라”던 이수희 대표는 과연 철학과 문학, 사회·교육 문제 등 자유자재로 범주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인간은 누구나 ‘스토리 본능’ 있어…글은 곧 유희”

Q. 웹소설 시장을 사실상 개척했다.

== 어쩌다가, 대학에서 공부하다 ‘취미 비슷하게’ 만들게 됐습니다. 당시에도 하이텔·천리안 등 인터넷 게시판에 소설 형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정작품을 읽기 위해선 게시판을 뒤져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작품을 하나의 책처럼 읽을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글을 쓰기 위해선 심사를 받아야 하고 떨어지면 글 쓸 권한 조차 못 가지게 된다는 걸 알고 ‘뭐가 이렇게 까다롭나. 아무나 글을 쓸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검증절차 없이 누구나 작품을 쓰고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불모지나 다름 없던 웹소설 장르가 자리잡기까지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 8년 동안 10원도 없었습니다.(웃음) 만 8년 동안 돈을 번 적이 없었죠. 조아라를 시작하기 전 과외나 학원에서 일해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어 날렸습니다. 이후 빌려서 투자하고 또 빌려서 투자하는 식이었습니다. 사이트에 줄 광고를 붙여놓으면 한 달에 20~30만원을 벌었고 8~9년이 넘어서야 1년에 평균 200~300만원, 많으면 700만원을 벌었습니다.

Q. 중도에 포기할 법도 한데.

== 당시 사이트 게시판을 보면 왕따나 가출 청소년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사이트 자체가 일탈의 성향이 있다 보니 그런 학생들이 들어와 글을 쓰고 읽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터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소비자들이 자꾸 유입되다 보니 문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유사한 성격의 사이트가 10개 가량 있었는데 재정 문제 등으로 하나씩 사라지다 보니 우리 사이트로 옮겨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이용자가 늘어나다 보니 서버 유지비용만 1개월에 400~500만원씩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회원가입을 막으려고 가입 절차를 몹시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사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유희를 즐기는 존재입니다. 그 유희의 기본이 되는 게 바로 글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스토리 본능’을 갖고 있죠. 글은 사람들에게 좋은 동반자이고 글·그림·음악은 절대 사라지지 않잖습니까. 이 사업이 성장할 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지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사라지는 사업이 아니라는 믿음이 조아라를 꾸준히 지속하는데 바탕이 됐습니다.

Q.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 무형자산인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데 인색한 편이다. 유료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 당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광고 수익에 의존했습니다. 그때 ‘콘텐츠를 팔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사이트에서 광고를 빼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편당 결제’로 유료화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너무 빨랐던 거죠. 이후 2008년 정액제 방식을 만들어 다시 유료화를 시도했습니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음악·영화 등을 P2P 사이트에서 불법 다운로드 하는 등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이 돈을 지불할까 고민한 결과 100원대이면 가능하겠지 생각해 1일 이용권 30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Q. 호응이 있었나.

== 그때 처음으로 돈을 벌어봤습니다. 유료화를 개시하는 순간 초 단위 결제가 이뤄지면서 돈이 ‘줄줄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유료화는 그렇게 안착했습니다. 고충도 있었습니다. 사기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작가에게 고료를 지불하겠다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은 거죠.

내가 낸 돈이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작가와 독자들 30%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정산을 거쳐 약 3개월 후 작가들에게 실제로 원고료를 입금해주자 모두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이후 모바일 시대가 도래,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Q. 연재 소설 대부분이 판타지로 장르 문학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작품의 질 역시 논쟁거리다.

== 이는 ‘작품의 질’을 논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사회는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박해지고 따라서 억압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는 없습니다. 우리 주 소비층이 중고등학생입니다. 주인공을 내세워 생활 속에서 억눌러뒀던 감정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가령 내가 현실 속에서는 ‘왕따’, ‘찌질이’라도 소설 속에서는 영웅이 되고 기사가 되는 식입니다. 얼마나 신나겠습니까. 결국 일탈에 대한 욕망이 웹소설 작성의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거죠. 행동으로 풀어낼 수 없으니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거죠.

Q. 흥미 위주인 웹소설에 순수문학의 설자리가 없다는 우려가 있다.

== 가령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과거 불우한 시절에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작가들이 선지자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삶의 수준이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서면서 개인의 내면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관건은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사회 이슈 대신 나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니 문학의 관심사도 바뀌는 것입니다.

게다가 순수문학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수적입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들 어떻습니까. 출퇴근 시간만 기본 1시간이 넘습니다. 두꺼운 책 1권 볼 여유가 없습니다. 빠듯한 삶에 쫓기다 보니 머리 아픈 문화생활도 질색입니다. 그러다 보니 ‘스낵컬처’처럼 짧은 시간 좁은 장소에서도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발달하는 것입니다.

이제 순수문학은 귀족문학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가 현대인들에게 순수문학을 향유할 여유를 못 주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삶이 느긋해지고 시대와 자아실현을 고민할 만큼 생활의 질이 향상되면 다시 순수문학이 부흥할 것입니다.

◆ “순수문학 멀어지는 건 사회의 문제…감정 배설 창구 필요”

Q. ‘19금’ 작품도 많은 편이다.

== 사업가들이 말하는, 돈 되는 사업은 딱 3개입니다. 성인, 게임, 교육. ‘성인’ 카테고리는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 이상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본능이란 얘기입니다. 재미있는 게 사실 여성 작가들이 ‘훨씬’ 야하게 씁니다. 이는 앞서 말씀 드린 ‘감정 배출’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아직 사회에서 여성의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금기 시 하지 않습니까. 이를 글로써 풀어 내는 거죠. 진짜 문제가 되는 건 TV 속 화면으로 ‘움직이는’ 성인 콘텐츠가 아닐까요.(웃음)

Q.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대형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 포털사이트들이 진입해 시장 자체가 커진 건 사실입니다. 한편으론 경쟁이 치열해져 힘들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생태계 자체는 좋아졌습니다.

많은 곳들이 웹소설을 유료화하고 작가들이 설 곳이 늘었으니까요. 생태계가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여타 시장들처럼 대기업이 소기업들을 모두 잠식해 버리는 것만 아니면 (포털 진출도) 괜찮습니다. 또 우리 나름대로 이 시장의 한 축을 가지고 있으니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Q. ‘오타쿠 성향’이 있다고 프레스킷을 통해 당당히 소개하고 있다.

== 우리 소설도 좋아하고 또 게임도 좋아하고, 매일 이런 것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직원들이 ‘덕후’라고 합니다. 전 사람들이 속칭 ‘4차원’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저는 고정관념이 없고 생각의 경계가 없는 편입니다. 또 무슨 일이든 하나를 시작하면 끝장이 날 때까지, 만족을 할 때까지 매달려 있다 보니 그런 면도 그렇게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Q. 조아라 작품들 중 감명 깊게 읽은 작품, 웹소설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 저는 개인적으로 철학적인 요소들이 있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나 실제 작가가 유럽 답사까지 다녀와 유럽 역사를 녹여낸 ‘불꽃처럼’등이 있습니다. 

신선한 작품으로는 ‘신의 아바타’도 추천 드립니다. 신이 죽기 직전의 인간의 육체를 빌려 신이 가졌던 감정을 인간에게 대입하는 식입니다. 

◆ 이수희 대표는?

부산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이야기를 좋아해 전공과 무관한 웹소설 연재 커뮤니티를 취미로 시작했다. 2000년 11월 ‘serialist.com’을 오픈하고 2001년 3월 ‘ujoa.com’을 열었다. 2003년 6월 조아라(www.joara.com)를 설립했다. 2007년 법인 전환 후 현재까지 ㈜조아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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