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 충북대학교 교수·동물의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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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 충북대학교 교수·동물의학연구소 소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5월 18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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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엽우피소 독성·안전성 문제 없어…지나친 불안이 더 해로워" 소신발언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 논란이 연일 시끄럽다. '건강에 보탬이 되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소비자들의 건강염려증이 증폭되고 정부-업계-소비자간 불신이 팽배하다. 

소비자들은 제조·판매업체는 물론 안일한 감독당국의 태도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믿을 곳 하나 없다는 식의 '배신감'이다. 

한국독성학회 학술위원장인 최경철 충북대학교 교수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이엽우피소의 독성을 논하기는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꼼꼼한 근거자료가 바탕에 있다. 그는 "지나친 불안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짜 백수오 파문 이후 오랜만에 듣는 '정제된' 의견이었다. "불안감이 너무 크게 형성됐다"고 우려하는 최경철 교수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 "실험동물에 지나치게 많은 양 먹여…연구 허점"

Q. 이엽우피소의 '간독성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한국소비자원은 실험동물(쥐)을 사용해 이엽우피소에 대한 독성을 밝힌 중국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이엽우피소가 간 독성이 있고 신경 쇠약, 체중 감소를 유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이엽우피소를 쥐에게 먹이는 등 연구 자체의 허점이 여럿 확인했습니다.

Q. 결국 양의 문제다?

== 실험동물에 먹이는 전체 사료에서 독성을 밝히고자 하는 물질(시험물질)의 양이 5%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독성 연구의 기본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에도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사료에 시험물질을 5% 이상 섞으면 실험동물에게 정상적인 영양 공급이 힘들어 연구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난징 철도의대 연구에선 실험동물인 쥐를 3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에 이엽우피소가 5% 함유된 사료, 10% 든 사료, 20% 든 사료를 먹였습니다.

해당 논문에 명시된 실험용 흰쥐의 무게가 보통 200∼250g이고 이 쥐들은 하루 평균 약 20g의 사료를 먹습니다. 이를 근거로 흰쥐 한 마리가 하루에 섭취한 이엽우피소의 양을 계산하면 1g∼4g,즉 5%~20%에 달합니다.

Q. 내츄럴엔도텍 제품을 장기간 복용한 소비자라면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한 게 아닌가.

== 이번에 문제가 된 내츄럴엔도텍 제품의 경우 1번에 2알씩, 하루 4알 먹게 돼 있습니다. 4알 전부가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로만 구성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백수오궁'을 복용한 사람의 하루 이엽우피소 섭취량은 2g.

사람과 쥐의 체중 차이 등을 감안하면 난징 철도의대 연구에서 쥐들에게 먹인 이엽우피소의 양이 '엄청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엽우피소가 5% 함유된 사료를 먹은 쥐에선 이렇다 할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Q. 이엽우피소가 10% 또는 20% 함유된 사료를 먹은 쥐는 어땠나. 

== 이엽우피소가 10% 또는 20% 함유된 사료를 먹은 쥐에서 간·신장·혈액 독성이 나타났다는 해당 연구결과를 독성학에선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난징 철도의대 연구에선 이엽우피소의 반수 치사량(LD 50, 실험동물의 절반이 죽는 양)이 체중 ㎏당 10g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독성 물질 분류에 따르면 이 정도 반수 치사량을 가진 물질은 독성 최하위 등급에 해당합니다. 가장 독성이 적다는 말입니다. 반수 치사량만 놓고 보면 비타민 C(체중 ㎏당 11.9g)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Q. 해당 연구논문은 이엽우피소에 대한 전 세계 유일의 독성 연구결과라고 들었다.

== 한국독성학회가 검토한 연구논문은 난징 철도의대가 1998년에 발표한 것으로 이엽우피소에 대한 세계 유일의 독성 연구결과입니다. 신뢰성이 높은 SCI 학술지에 발표된 것도 아니고 대학 자체 학술지에 실린 독성 연구결과만으로 이엽우피소의 독성을 논하긴 힘듭니다.

연구논문 발표 후 17년간 새로운 독성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엽우피소가 중국 외의 다른 나라에선 거의 먹지 않아 연구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Q. 이엽우피소가 독성은 없다 해도 효능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소비자들은 건강 증진을 위해 돈을 지불했다.

== 독성학회는 이엽우피소의 효능과 관련된 연구논문들을 메드라인(PubMed)에서 찾아 분석했습니다. 2012년엔 실험용 쥐에 체중 ㎏당 10∼40㎎의 이엽우피소 추출물을 먹였더니 뇌의 신경물질인 세로토닌수치가 상승해 우울증이 감소하고 운동량이 늘어났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 연구에서 쥐들이 먹은 이엽우피소의 양은 난징 철도의대 연구의 1/100 수준입니다. 중국 장쑤성(江蘇省)은 이엽우피소를 지역음식(local food)과 약제로 100년 이상 섭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 해당하는 대만의 위생복지부 식품약품관리서는 이엽우피소를 식용 가능한 원료로 승인했습니다.

이엽우피소에 관한 독성자료는 거의 없는 반면, 효능이 있다는 논문들이 오히려 많이 있습니다. 

◆ "이엽우피소 연구 대부분 중국이…국내 연구 필요성"

   
 

Q. 들끓는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 (식약처와 소비자원이 의견이 달라) 오해가 쌓이다 보니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데 불안감이 너무 크게 형성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 관련 연구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국내 독성 연구기관에서 독성시험(1회 투여-급성 독성시험, 30∼90일 반복투여-아급성 독성시험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6개월 쯤 지나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사실 문제의 핵심은 제조사가 소비자들을 속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점이다.

== 중국 논문에선 이엽우피소가 백수오편(片)이라고 기술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약전의 한약(생약)규격집엔 이엽우피소가 수록돼 있지 않으므로 현재 이엽우피소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재로 사용하면 명백한 불법인 건 맞습니다. 논란이 있는 만큼 독성 연구를 통해 이엽우피소의 독성·안전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이엽우피소 함유가 의심되면 섭취하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Q. 독성학에선 약과 독을 동전의 양면으로 본다고 하는데.

== 2008년 대구한의대가 진짜 백수오(은조롱)의 효능을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백수오가 간 손상 예방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성분을 과량 섭취하면 반드시 독성이 있으므로 과용·남용해선 안 됩니다. 지나치게 독성을 우려하는 것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으니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최경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의학 학사, 석사를 취득하고 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북대학교에서 수의생화학 및 면역학을 가르치고 있다. 충북대학교 동물의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의학·약학·수의학·생물학·보건학 등 독성전문가 1000명 이상이 모인 학술단체 '한국독성학회'에서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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