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사칭 '전화사기' 안 막나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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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사칭 '전화사기' 안 막나 못 막나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5월 18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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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금융감독원 은행전산보안팀 이동수과장입니다. 본인 앞으로 해킹유출 연락드렸으나 부재중으로 연결 안됩니다. 빠른 보안강화하세요. 직통전화번호 070-80XX-XXXX."

금융당국으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문자 메시지다. 특정부서는 물론 '이동수 과장'이라는 특정 인물이 명시돼있어 실제상황인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문자의 정체는 '스미싱(Smishing)'. 문자메시지로 보이스피싱을 유도하는 신종 수법이다. 이동수 과장이 나타난 건 지난 3월5일.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동수 과장이 친절히 상황을 설명해준다. 해외에서 인터넷뱅킹이 무단 이용된 기록이 있으니 계좌보안 강화를 위해 개인금융정보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수반된다. 물론 이동수 과장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이 수법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전면에 내세운 참신성(?)이 돋보여 금융당국에 경각심을 줬다. 이전까지는 '소장이 접수됐습니다' 또는 '법원에 출두해주십시오' 등의 검∙경찰 사칭이 주를 이뤘다.

금감원을 사칭한 수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 직원을 내세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특정인을 언급했을 때가 기관을 앞세우는 것 보다 더 신뢰감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수법이 적중한 것 일까. 이 사례는 3월5일부터 9일까지 총 239건의 신고가 접수되며 금감원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금감원은 피해를 걷잡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언론을 통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알리며, 메시지를 받았을 때 당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특정 전화번호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메시지는 100% 보이스피싱 사기에 해당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3월31일에는 '박선영 사원'을 사칭한 수법이 등장해 금감원을 다시금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동수 과장'이 '박선영'으로 둔갑해 영업을 재개한 것. 31일 오전 중에만 20여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되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을 사칭한 수법은 더 있었다. 연예인 이해인씨의 사례다. 다양한 방송에서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던 젊은 여배우는 금감원 사이트를 사칭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5000만원을 갈취 당했다.

그는 인터넷을 하던 중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하면 보호해주겠다'는 금융감독원 팝업창을 보고 의심 없이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한 뒤 보안카드번호를 입력했다. 이윽고 3번의 출금메시지와 함께 순식간에 5000만원이 날아갔다.

해당 사례가 알려진 뒤 금감원 사칭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도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남의 일'이 아니란 것을 체감한 탓이다.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은 금감원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고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이스피싱 등 사기수법을 '민생침해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뿌리뽑겠노라고 선전포고했다. 대포통장을 근절하고 피해방지 '골든타임'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지난 2013년 9월에도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피싱사기 피해액은 2013년 1365억원에서 2014년 2165억원으로 급등했다.

전자기기를 활용한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데, 당국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씁쓸함이 남는다. 사기조직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뒷수습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선제대응하는 기민한 '감독'을 소비자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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