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엉터리' 민원평가 금감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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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엉터리' 민원평가 금감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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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관련 문의하려고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이내 '국장급'으로 통화가 연결됐다. 단순 문의에 대한 응대 치고는 '과분한' 처사였다.

"은행 홈페이지가 뭔가 복잡한 모양이에요. 그렇게 하루 아침에 개선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번 결과 발표 방식은 각 사의 자율과 신뢰에 맡기고자 함이니 넓은 이해 부탁 드립니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에 대한 민원평가 지표를 공개했다. 지난 13년간 고수해온 '꼴찌 민망주기' 전술을 올해 '1등 칭찬하기'로 급선회한 결과 민원건수가 가장 적은 1등급 금융사들만 얼굴을 내밀었다. 

나머지 2~5등급은 10일이나 지나서야 각 사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공개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발표시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홈페이지가 복잡해서'라는 궁색한 변명이 돌아왔다.

1등급 발표 하루 뒤 금감원은 최근 3년간 1등급을 유지했던 대구은행,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에 대해 표창을 수여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해 1등급을 받은 모든 금융사들은 훈장과도 같은 '1등급 마크'를 각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걸어두고 있는 상태다.

1등급을 받은 한 금융사 관계자는 "1등급 공개와 동시에 (1등급 마크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다는 관련 공문이 내려왔다"며 "당연히 그 날 서둘러 게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어떤 배너나 공지를 띄우는 것이 사실은 크게 어렵지 않은 작업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금감원의 해명이 설 자리를 잃는 순간이다. 

1등급만 골라내 조사한 것은 아닐 테니 애초 모든 등급에 대한 결과가 내부적으로는 알려져 있었을 터.

소비자 기억 속에 민원평가 자체가 잊혀졌으면 하는 금감원의 간절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론들은 잊지 않고 정확히 10일 후 '꼴찌 등급' 금융사들을 세상에 낱낱이 공개했다.

반대로 하위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은 평가 결과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지난 2013년 민원발생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민원관리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S은행. 이번 평가에서는 2등급으로 훌쩍 뛰어올랐음에도 홈페이지 하단 잘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곳에 관련 지표를 게시했다.

자산, 매출액 등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 이미지에 자칫하면 '오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분석된다. 

각 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울러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평가의 모든 등급이 공개된 상황. 하위등급 금융사들을 뒤늦게 공개한 금감원을 두고 '이럴 거면 왜'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년부터는 '민원발생평가'가 아닌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금감원. 이러저러한 모든 의혹을 깨끗이 지워버릴 만큼 솔직하고, 깔끔한, 객관적인 자세와 평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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