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옵스트(Lynda Obst) '인터스텔라'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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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옵스트(Lynda Obst) '인터스텔라' 제작자
  • 김수정 인턴기자 crystal@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5월 04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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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박사 동참한 과학영화 또 만든다…프로듀서 역할은 감독 서브"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인턴기자]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등 고개가 끄덕여지는 유명 영화들이 두루 그녀의 손을 거쳤다.

오스카 대상 3회, 골든글러브 대상 4회, 에미상 3회 등 수상에 빛나는 헐리우드의 '거물'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 국내에서 물리학·지구과학에 대한 관심을 크게 고조시킨 영화 인터스텔라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린다 옵스트(Lynda Obst) 얘기다.

유명세에 비해 소탈한 차림으로 기자 앞에 선 그녀는 "한국 소비자들의 과학 지식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겠다는 그녀는 "'NO'라고 말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 로맨틱 코미디 제작자에서 공상과학 영화 제작자로

Q.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 한국 국민의 과학 지식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인터스텔라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고 이게 흥행으로 직결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수준 높은 과학 기술을 보유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과학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서 어려운 과학영화지만 마음 편히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미처럼 일부 과학 교육이 부족한 나라들을 보면 공상과학(Science Fiction, SF) 영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반면 '때려 부수는 식'의 영화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학 기술과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우주의 실체'를 다룬 인터스텔라의 의도가 잘 받아들여졌습니다.

Q. 인터스텔라는 '우주' '타임워프'라는 관념적인 과학 이론을 시각화하는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제작자 그룹과 과학자 그룹 사이에 이견은 없었는지.

== 제작진 내부에 큰 이견이나 충돌은 없었습니다. '물리학적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한 극작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간단한 원칙을 중심으로 모든 제작진이 움직였습니다. 애초에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도 '과학이 창의성을 가로막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긴 했습니다.

킵 손(Kip Thorne) 박사 측도 작가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할까봐 내심 우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손 박사와 과학팀이 딱딱한 기준을 두지 않았고 작가와 연출자도 과학자들과 자주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 작가는 스크립트 작업을 하면서 손 박사를 자주 만났습니다. 놀란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손 박사에게 과학적 자문을 구했고 손 박사도 잘 설명해줬습니다.

Q. 놀란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 큰 문제 없이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끝낸 후 다소 늦게 팀에 합류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책장 의사소통' 장면은 놀란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놀란 감독은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내용을 '군사 기밀' 급으로 숨긴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놀란 감독은 스크립트나 트레일러에 본인 외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는 제목 대신 별칭을 지어서 부릅니다. 내 아들도 영화 개봉 일주일을 앞둔 시점까지 인터스텔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정돕니다.

Q. 콘택트, 인터스텔라 등 공상과학 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다. 

== 과학에 애정을 갖게 된 건 친구이자 스승인 칼 세이건(Carl Sagan) 작가 덕분입니다. 그는 천문학 박사로 '콘택트' '코스모스' 등 다수의 책일 집필하며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했습니다.

세이건 작가는 과학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잘 버무려 재미있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영향을 받아 내 생각도 그렇게 변했습니다. 이번에 인터스텔라 작업을 같이 한 손 박사를 소개해준 사람도 세이건 작가였습니다.

◆ "영화의 원작, 원 소재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Q. 영화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 영화의 원작, 원 소재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작가를 섭외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쓴 초안을 토대로 스크립트가 만들어지는 만큼 처음 쓴 시나리오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감독 고용이 중요합니다.

감독을 정하고 난 뒤에 프로듀서의 역할은 감독을 서브하는 일 정돕니다. 프로듀서라고 감독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감독에게 모든 권한이 넘어간다고 봐도 됩니다. 때문에 감독을 잘못 고용하면 파장이 큽니다. 이제 보니 자기 상사를 직접 고용하는 업계는 영화계가 유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 로맨틱 코미디 작품도 상당수 만들었다. SF영화와 비교한다면.

== 제가 로멘틱 코미디에 손을 놓을 무렵 미국 내 DVD시장이 붕괴되면서 영화의 해외 판매 실적이 뚝 떨어졌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장도 덩달아 침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 제작은 SF영화에 비해 훨씬 쉽고 시간도 덜 걸립니다. 스크립트만 나오면 그 다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과학 기반의 영화는 사전 준비부터 촬영, 특수효과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 제작 전 준비·계획에 18개월을 들였을 정돕니다. 특수효과에 대해 2~5년에 걸쳐 계획을 세우는 일도 다반삽니다.

로맨틱 코미디 제작과 과학 영화 제작을 비교하는 건 아파트와 우주의 스케일을 비교하는 수준입니다.

Q. 앞으로도 과학 영화를 계속 만드나.

== 지구 과학과 물리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입니다. 우리는 인터스텔라를 통해 '우주에서 웜홀과 블랙홀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과학적 이론을 시각적으로 멋지게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우주와 시간에 대해 사고할 기회를 열어준 셈입니다.

앞으로도 과학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좀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인터스텔라보다 어려워질 것 같기도 합니다. 손 박사와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까지 동참한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스케일도 커지고 폭발 장면처럼 화려한 볼거리도 많을 예정입니다. 일종의 재난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Q. 요즘 업계에선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해 관람객의 성향과 선호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캐스팅이나 스토리에 반영하는 추세다. 

== 타 업체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알지만 저는 지금껏 그렇게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교하게 데이터화된자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감독이나 프로듀서의 역할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프로듀서의 직관과 감각을 배제하고 그렇게 '공식대로' 영화를 만들면 말 그대로 '될 일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의 고려할만한 요소로서 참고는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 때문에 이미 나온 계획에 직접적인 변경을 가하진 않습니다.

Q. 프로듀서를 꿈꾸는 한국 여성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내가 어떤 자리에 있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이 떠오른다면 '노(No)' 라고 답하지 말고 뒤 돌아 보지도 말고 전진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 린다 옵스트는?

학계 최초로 '윔홀'이론을 제안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 교수(캘리포니아 공대)와 함께 '인터스텔라'의 제작을 추진했다. 지난 1997년에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SF 영화 '콘택트'를 제작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의 제작에도 참여한 할리우드의 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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