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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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4월 13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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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디치가 책임 무거워…선친·형님 뜻 받들어 문화선진국 밑거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금호家는 '한국의 메디치가'라는 '훈장'과도 같은 별호(別號)를 갖고 있다. 박삼구 회장에게 이 별칭은 빛나는 명예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선대의 업적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이 세운 금호문화재단은 한국형 메세나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당시 기업 규모나 시대상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앞서나간 사회공헌 사업이었다.

그 아들이자 박삼구 회장의 형님이었던 박성용 명예회장 역시 '한국의 마이케나스'로 불릴 정도로 메세나 역사에는 한 획을 그은 인물. 제5대 한국메세나협회장을 맡았던 박성용 회장의 뒤를 이어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삼구 회장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운 이유다.

선친과 형님의 못다한 뜻을 이어나가겠다는 박삼구 회장의 각오를 직접 들어봤다.

◆ "문화예술 활동 통해 국민 행복지수 높아지는 계기 되길"

Q.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형제가 메세나협회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 훌륭하신 선대회장님들께서 활동을 많이 해주셨고 좋은 결과가 있었기에 중책을 맡은데 대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 국민소득도 3만불 시대가 왔습니다. 국민 소득에 비해서는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만족도가 부족한 것 역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국민 행복지수가 많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Q. 메세나 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사업은?

== 지난해부터 매주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지방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추진할 예정입니다.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도 사실 각 기업별로 특징이 있습니다. 가령 금호그룹은 클래식, 크라운은 국악, 삼성은 미술처럼 특화돼있습니다. 이처럼 기업별로 자기만의 독특한 프로그램 발전을 독려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기업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메세나 활동이 기업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설득하려 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메세나가 되도록 하는 게 제 할 일입니다. 

Q.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 중소기업과 '매칭펀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령 중소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에 5000만원을 쾌척하면 정부가 똑같이 5000만원을 지원, 결과적으로 기업이 1억원을 기부할 수 있는 식입니다. 지난해 정부에서 매칭펀드를 위해 23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올해 1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또 지난 2013년 12월 통과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현재 총 15개조로 목적·정의·인증·정관 등 개괄적인 내용만 포함돼있는 상태입니다. 메세나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후속 입법이 필수적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메세나 활동비용의 세액공제 도입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해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Q. 메세나 활동을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순수한 의미로 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문화마케팅으로 이어가야 영속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나도 좋고 남이 좋은 게 가장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장기적으로 후원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윈윈, 우리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하듯 상호 좋아야만 합니다. 기업이 그렇게 갈 수 있도록 풍토를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문화마케팅,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Q. 장기 불황과 소비침체로 기업들에 후원활동을 독려하기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기업경영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우선순위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시겠지만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지원활동은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을 줍니다. 물론 마케팅 활동에도요. 기업 내부적으로도 좋은 문화가 형성된다면 생산성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박성용 회장님께서 쌓아오신 문화예술 지원 이미지는 그룹에 굉장한 힘이 되고 (현재 회장인) 저에게는 굉장히 큰 자산이 됩니다. 그 자산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서도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 1977년 창업회장님께서 만든 금호문화재단은 '영재를 기르고 문화를 가꾸고'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문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창업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이어나가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이후에 박성용 회장님께서도 많은 메세나 활동을 하셨습니다. 2003년 메세나 협회장을 맡으셨는데 아시다시피 2005년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회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셨죠. 그분께서 못다하신 일을 제가 이어서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Q. 금호문화재단의 활동 중 가장 성과가 있었던 것을 꼽자면.

== 명예회장께서 하셨던 영재발굴, 그 영재들이 커서 세계적 연주자가 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 12년차를 맞는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단편영화는 만들어도 상영할 곳이 없을 정도로 정말 인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편영화제는 감독 입장에서는 데뷔의 기회입니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금호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출신입니다. 젊은 지망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줬다는 점이 굉징히 뿌듯합니다. 지금은 우리 영화제에 세계적으로 5000개 정도의 단편영화 신청이 들어옵니다. 심사가 어렵지만 계속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 지난해 9월 '2014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한 박삼구 회장. 

◆ "한국의 메디치가 명예 이어가는 게 할 일…책임 느껴"

Q. 아버지이신 박인천 창업회장대부터 '한국의 메디치가'로 불리는데.

== 고향이 광주이신 창업회장님께서는 주로 국악과 서예 등을 많이 지원하셨습니다. 국창 임방울 선생, 의재 허백련 화백, 서예가 소전 손재형 선생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랐습니다. 또 박성용 명예회장님께서는 주로 클래식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05년 명예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그분의 일을 이어가겠다고 생각했던 게 제 철학입니다. 

금호가를 한국의 메디치가로 불러주시는 건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더 대규모로 (메세나) 활동을 하는 기업들도 많은데 다만 창업회장님께서 몸소 애정을 갖고 활동을 하셨기에 이렇게 불린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책임감도 느낍니다. 그 명예를 이어가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 

Q. 지난해 몽블랑 상을 받았다. 박성용 회장님에 이어 형제가 나란히 수상하게 됐다.

== 제1회 몽블랑 상을 고 박성용 회장님이 받았습니다. 그걸 제가 이어서 작년에 받았습니다. 당시 제가 수상 소감을 하면서 "이 몽블랑 상을 훗날 우리 아들이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제 아들에게 (메세나 활동을 이어갈 것을) 주문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의 메디치'라는 그런 명예를 주신걸 큰 책임으로 생각하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호 문화재단이 영원히 갈 수 있는 길을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Q. 메세나 활성화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K-POP의 성공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 한국인들, 문화·예술에 끼가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칭찬을 많이 해서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어떤 기업이 어떤 분야에 크게 기여했다" 자꾸 칭찬하다보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습니다.(웃음). 또 여러분들이 문화·예술을 지원해주는 기업들을 사랑해준다면 기업들도 더 신이 나서 할 것입니다. (그런 풍토를 만드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삼구 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아들.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 전국경제인엽합회 부회장, 2005년부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03년부터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를 후원, 단편영화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2014년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했다. 2015년 2월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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