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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의 미래

김경한 justin747@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03월 19일 오전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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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풍력의 미래

 

 

줄지어 선 바람개비가 동화나라 같았다. 빼어난 풍광에 그림 같은 바다로 눈이 부신 제주도 표선해안. 이곳은 몇 년 사이에 거대한 풍력발전 단지로 모습을 바꿨다. 윙윙거리며 24시간 풍향을 가르는 소리가 우렁차다. 거대한 지름의 구조물이 원형을 그리면서 뿜어내는 원심력 사운드는 모든 것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바람에 맞서는 풍력기의 위용 앞에 인간의 존재만이 한없이 작아질 뿐이다.

이날도 초속 10미터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멀리 유채꽃이 어른거리지만 표선해안은 매서운 해풍에 갇혀있었다. 풍향을 따라 각기 회전하는 10개의 대형 발전기는 그 자체가 색다른 볼거리였다. 수평의 푸른 바다와 수직의 흰 발전기가 그려내는 직각의 조화는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바람 때문에 버림받은 표선해안이 전기를 생산하는 신천지로 새롭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의 풍력발전소는 오랜 준비를 거쳐 신재생에너지 단지로 단장했다. 바람발전이라는 비전을 신성장 동력으로 연결시켜 고속주행중이다. 옷깃이 날릴 정도의 세찬 바람, 초속 7미터의 변화무쌍한 해풍이 연중 몰아치는 길목에 세워진 풍력기가 승부의 주사위였다. 850억 원을 투자한 표선의 가시리 풍력단지는 연간 2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든다. 신통한 일이다. 원망스런 바닷바람이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40년간 운영해 연간 100억원 수입을 올린다니 8년이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 장사다.

앞바다 멀리 해상에는 200킬로와트 해상풍 발전기가 건설 중이다. 민간의 첫 작품이다. 차세대는 대체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원론에 공감하면서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고민하던 기업들이 먼저 주사위를 던진 것이다. 제주도는 바람과 풍력의 고장이고 한적한 해안도 많다. 한림과 대정에도 후보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올레길을 따라 이어지는 제주도의 전체 해안선이 21세기형 에너지 생산라인으로 변할수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는 표선에서의 한 시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인간이 느끼는 그 고통이 에너지로 바뀌는 조화를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구좌에도 들렀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똑똑한 지능형 전력망)가 시범 운영되는 곳이다. 구좌읍 세화리와 평대리는 한밤중에 세탁기가 돌아간다. 낮에 태양열 발전소가 지붕에서 전력을 비축하면 실컷 쓰고도 남는다. 저축된 전기는 옆 동네에 팔린다. 성공하면 전국의 전력망을 하나의 공유체계로 연결해 공급 자체를 스마트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그리드 국가사업은 성공적인 과정을 밟고 있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 전문리서치 지피라임은 스마트그리드 규모가 이미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산에너지는 우리들의 뒷마당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햇빛, 바닷물, 바람, 지하수. 역시 재생에너지 투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그들은 현재 에너지의 27%를 이미 풍력이나 태양열로 만든다. 이 비율은 2020년에 35%, 2040년에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풍력의 장점은 한계비용이 제로라는 점이다. 한번 설치하면 바람은 우리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풍력이나 태양열발전을 생산하는 비용은 40년 전 1와트에 80달러였지만 지금은 70센트로 낮아졌다. 상상을 초월한 변화다. 미래경제학자 제레미 러프킨의 ‘3차 산업혁명론’을 떠올렸다. 핵심은 풍력 등을 이용한 제생에너지이다.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면 공유경제시대를 가속화시킨다. 자연스럽게 생산자와 소비가가 결합하는 소위 프로슈머시대가 온다. 그의 진단은 이미 현실로 눈앞에 와있다.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풍부한 원소는 수소다. 수소를 분해하면 물과 열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주선은 첨단 수소연료 전자로 동력을 만들었다. 수소를 얻으려면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파도 같은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줘야 한다. 이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 두었다가 나중에 전력으로 바꿔준다면 지속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러프킨이 수년째 강조해오는 주장이다.

지금 우리의 국가 미래비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대체에너지 개발이다. 하지만 연구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분야다. 그러나 제대로만 집중한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산업의 미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제주도는 자연에너지 생산모델의 실험장이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유하되 지금처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개념, 자본주의와 공유경제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시대의 주인공을 바람으로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2차 산업 혁명에 성공한 국가다. 이제 3차 무대에서도 선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힘차게 돌아가는 표선해변의 풍력기에 해답이 있는 듯 했다. 창의적인 비전과 정책을 주도하려면 다른 선진국처럼 에너지정책 전담 부처를 마련하고 전문가를 모아줘야 한다. 이것이 화석연료시대의 비극적 종말을 피하는 길일 것이다. 불어오는 해변의 바람이 고맙고 반가웠다. 낭만과 현실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고마운 자연은 제주도의 또 다른 축복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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