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파거지' 국격 흐리는 얌체 소비자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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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파거지' 국격 흐리는 얌체 소비자 사라져야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2월 23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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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호일에 양파 좀 넉넉히, 그리고 한번 더…이렇게 가져온 양파를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볶음밥이나 된장찌개에 두어 번 넣을 양이 되겠지요. 이게 거지입니까?'

코스트코 '양파거지'의 항변이다. '우리 집은 늘 이렇게 싸 들고 온다'며 당당하다. 도리어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도덕적이고 고상한 척 하는 부류'로 몰아세운다.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게 바로 거지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자백인데' 등의 냉소적인 답변이 줄을 이었다. 부끄러운 행동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외국계 기업 코스트코와 이케아가 최근 양파거지, 연필거지 논란에 각각 휘말렸다.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다진 양파와 몽당연필을 일부 방문객들이 쓸어 담듯 챙겨가 동이 나면서다.

밀폐용기를 챙겨와 양파를 눌러 담고 몽당연필을 뭉텅이로 챙겨간 후 이를 SNS를 통해 인증하는 등 그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공짜로 집어온 이케아 연필을 3000원에 판매한다는 '봉이 김선달'도 등장했다.

평범한 연필 한 자루에 '힐링' '북유럽 감성'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칭찬을 늘어놨다. 실제 판매가 목적인지 '연필 거지'를 조롱하기 위함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거지 논란'이 확산되자 이번에는 더 뻔뻔한 쇼핑객들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속속 등장했다.

대형마트 쇼핑카트에 아이를 태운 다음 판매 중인 인형이나 방석을 깔아 '완충재'로 쓴다는 것. 계산대에 오기 직전 이렇게 사용한 인형이나 방석 등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유유히 떠난다는 부연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골치지만 마땅히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할 다음 소비자에게도 분명한 민폐다. 몰지각한 행동의 당사자들이 짊어져야 할 '부끄러움'도 고스란히 이를 지켜보는 무고한 소비자들의 몫이다.

선량한 소비자들이 '상식'이라고 믿고 지켜온 것들이 더 이상 '상식'으로 여겨지지 않는 풍경 앞에 허탈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부끄러운 일인지 조차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서비스=공짜'는 잘못된 도식이다. 서비스는 받는 사람의 일정한 수준과 양식을 요구한다. '진상 손님'은 왕 대접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얘기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덤'의 성격으로 제공하는 것일 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속해야 할 이유도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이를 받는 소비자 간의 질서나 신뢰가 깨져 어지럽다면 기업이 서비스를 철회해도 항변할 힘이 없어진다.

경제 성장에 걸맞게 소비자들의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모두가 필요한 만큼 적절히 사용하면 되는 공동의 재화를 제 잇속만을 챙기려 독점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다.

외국계 기업의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우리의 소비 행태는 국격과도 직결된다.

선진적인 경제를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품위 역시 시장의 수준을 진단하는 척도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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