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메프 '진심사과' 홈플러스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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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메프 '진심사과' 홈플러스 본받아야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2월 09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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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위메프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사회적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의 사과문 중 일부다.

'채용 갑질' 논란과 관련해 최근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박은상 대표는 반듯반듯한 글자가 인쇄된 종이가 아닌 삐뚤삐뚤한 글자가 가득한 자필 사과문을 들고 나왔다. 사과문 말미에는 박은상 대표의 이름 3글자가 적혀있었다.

기자들 앞에선 박은상 대표는 몇 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위메프는 지역영업사원을 채용하면서 11명의 지원자들에게 2주간 실무능력 평가를 위한 업무를 시켰다. 평가 기간 후 채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원을 불합격 처리해 '채용 갑질' 논란에 휘말렸었다. 직후 사실과 온도차가 큰 '마녀사냥식' 비난이 위메프를 절벽 끝으로 내몰았다. 

채용과정에서 불법해고는 없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채용유형 자체도 인턴이 아닌 정규직 채용이었던 것으로 인정됐다. 법적으로 크게 문제를 삼을만한 대목이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박은상 대표의 허리는 쉽게 펴질 줄 몰랐다. 

'저희는 사건 인지 직후 모든 경품행사를 즉시 중단하였고, 문제가 된 경품은 모두 재추첨하여 당첨된 고객님들께 지급 완료하였으며, 관련 사업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개선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건과 관련하여 고객님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이다. 특정인이 아닌 홈플러스 명의의 사과문이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홈플러스 온라인마트 사이트에서는 해당 사과문을 찾을 수 없다. 해당 사이트 최하단의 '회사소개'를 클릭해 회사 홈페이지에 별도로 접속해야 사과를 받을 수 있다.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사과를 받고 나서도 어딘가 찜찜하다는 반응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과문이 게재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두루뭉술한 단순 사과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2400만여건의 회원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도성환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6명과 홈플러스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에는 수년간 경품 이벤트를 조작해 외제차 등을 빼돌린 혐의로 홈플러스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경품 사기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작년 7월 당시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개인 비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로도 도성환 사장 등 책임선상에 있는 경영진들의 사과는 없었다.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지원자 당사자나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부 상처를 준 위메프. '경품 사기극'과 '개인정보 장사'로 지탄을 받고 있는 홈플러스.

어느 쪽의 잘못이 더 크다고는 딱 잘라 말하기 힘들지 모르겠다. 보는 각도에 따라 누군가는 청춘들의 마음을 아프게한 위메프가, 또 다른 이는 소비자를 우롱한 홈플러스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사과 방식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전달되는 진심의 정도도 다르다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반성의 자세다.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모여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기업들이 한번쯤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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