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체불명 '인터넷 괴담' 합리적 의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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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체불명 '인터넷 괴담' 합리적 의심이 절실하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2월 02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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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가 구속됐다. 법적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과정은 극적이었다.

공개된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은 흐릿했다. 미궁에 빠지는 듯 했다.

네티즌들의 온갖 분석이 입소문을 탔다. BMW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흰색으로 추측됐다. 대략적인 차량번호도 나열됐다. IT기술을 통한 영상복원 결과로 전해졌다. 자연스레 신뢰감이 형성됐다.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언론이 가세했다. '경마식 보도'가 줄을 이었다. 신뢰는 확신이 됐다.

경찰은 이미 발로 뛰고 있었다. 분명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가까스로 결정적 단서를 입수했다. 비교적 선명한 영상이었다. 가해차량은 알려진 것과 달랐다. 줄행랑을 치던 차량은 한국지엠 윈스톰. 회색계통이었다. 번호판은 생소했다.

네티즌들은 웅성댔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삼천포로 빠뜨릴 뻔했다는 자조였다.

'쿠팡맨을 살려주세요'라는 한 네티즌의 글이 논란이 됐었다. 쿠팡맨은 쿠팡 소속 배송담당인력이다. 자신을 전직 쿠팡맨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혹독한 업무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아내로 확신할만한 '팩트'는 없었다. 비방이 목적인 누군가의 악랄한 자작극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퍼 날라졌다. 언론이 가세했다. '아내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아닌 '아내'로 확정된 채 보도됐다. '괴담' 수준의 글이 사실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네티즌들은 쿠팡을 몰아세웠다.

사실과 온도차가 컸다. 기자가 만난 일부 쿠팡맨들은 기막혀했다.

"황당하죠. 일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일해서 인센티브 받아보자' 이런 분위기가 사실 대부분이거든요. 급여만 놓고 보더라도 일반 택배업체들과 비교해 더 많이 받고요. 직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입사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는 물론 있죠. 그런데 그건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쿠팡맨들이 직접 나서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란 말이죠 상식적으로…"

'네티즌 수사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전문가 집단에 준하는 분석력과 취재력을 갖춘 불특정 네티즌들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거짓말을 사실을 통해 걸러낸다. 때로는 진실을 논리적으로 호응 한다. 그랬던 그들이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온라인 상에 판을 치는 허위정보가 방증한다. '사용후기'가 대표적이다. 알바생들을 고용해 칭찬릴레이를 펼친다. 구매를 낳는다. 판매량은 수직 상승한다. 피해 소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괴담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사회 여론을 분열시키거나 피해자에게 2차적인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더 나아가 국력 낭비를 유발하는 인터넷 괴담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동의대 법학과 김태운 교수의 얘기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통신'으로 처벌하던 전기통신기본법 해당 조항(제47조 제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렇다 할 대체 입법도 없다. 온라인 상의 글들이 '현재까지는' 사실상 '무규제' 상태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의미다.   

합리적 의심과 진지한 성찰로 자정, 거듭나야 할 시기다. 입을 봉쇄당할 여지를 스스로 만드는 우매함을 네티즌들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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