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K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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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K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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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 올바르게 소개…위작 없는 공정한 경매시장 조성"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저기 저 작품 얼마 정도 할 것 같나요? 얼마에 사시겠어요?"

미술 문외한인 기자 눈에는 언뜻 대단한 작품처럼 보였다. 적어도 500만원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스칠 무렵, 이상규 대표에게서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시작가는 10만원, 추정가는 40~50만원 선이라는 것.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미술품만 출품되고 대단한 재력가들만 경매에 참여한다는 건 편견일 뿐이라는 이 대표. 공정한 경매시장을 조성해, 온라인 경매 등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즐기게 되길 바란다는 그를 만나봤다.

◆ 첫 경매 낙찰총액 51억원…최고가 경신

Q. 소비자들에게 '미술품 경매'는 아직 낯설다.

==미술품 시장은 1∙2차 시장으로 구분됩니다. 갤러리 등에서 작가를 섭외해 개인∙단체전 등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는 곳이 1차 시장이고, 위탁자에게 미술품을 받아 소비자에게 유통해주는 경매회사가 2차 시장입니다. 예전에는 1차 시장에서만 미술품 매매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경매회사를 통한 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Q.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1998년 서울옥션이라는 미술품 경매회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의 미술품 경매시장은 미미한 수준이었죠. 1년 낙찰총액이 10~20억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어떤 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B급, C급 작품만 경매에 나왔습니다. 경매를 통해서도 좋은 작품들이 유통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A급 작품들을 위탁 받아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등의 우려를 했는데 K옥션에서의 첫 경매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낙찰총액이 51억원을 기록해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죠. 1월 현재에는 국내 10여개 미술품 경매회사 중 서울옥션과 K옥션이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홍콩 단독경매 진행도 예정돼 있습니다.

Q. 홍콩에서 경매를 개최하는 이유가 있다면?

==아시아에서는 홍콩 시장이 가장 활성화 돼있습니다. 면세지역이기도 하고, 영어 통용이 가능하며 동서양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융합적 시장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곳입니다. K옥션은 지난 7년 간 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연합 경매로 홍콩을 방문했었죠. 그 동안은 시장조사 차원에서 마이너하게 접근했다면 올해에는 단독경매 등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은 협소한 편입니다. 규모의 문제라기보다는 미술이 얼만큼 사회에 유용한지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을 생각해봐도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다 보니 미술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설립 1~2년만에 선두 경쟁회사와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고. 비결이 궁금하다.

==좋은 작품을 올바르게 소개하고 정당한 수수료를 받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작품을 위탁하는 분들이 있고, 사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크기로만 가치를 판단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작품성으로 판명되다 보니 미술품의 가격차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10배, 100배 가까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극히 정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미술작품에 대한 가치평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좋고 싫음이 공존하고 다양성이 존중 받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합니다.

설립 초기에는 적자 볼 생각까지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위작이 없는 올바른 경매시장 활성화에 동참해 소비자들이 믿고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위탁자∙낙찰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다가가야"

Q. 최근 경매로 나오는 작품들의 트렌드는 어떤지.

==미술 전체 혹은 전시 트렌드와 유통되는 작품들의 트렌드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시 측에서는 미디어 아트, 거대한 설치 작품, 서도 작품과 같은 것들이 인기 있습니다. 유통 측면에서 말하자면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품,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아 집에 두고 보기 좋은 작품 등의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회화작품 위주로 특히 블루칩이라 할 수 있는 김환기, 김창렬, 이우환 작가 등의 작품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흑색 또는 1가지 색만 이용해 표현하는 모노크롬 회화, 한국에서는 단색화로 유명한 그런 작품들이 인기 있는 편입니다.

Q. 미술품을 온라인으로도 경매할 수 있다고. 어떻게 가능한가.

==소품이나 판화, 300만원 이하의 작품, 메이저경매에서 나오기에는 지명도가 없다거나 아직 거래 활성화가 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됩니다. 초보 컬렉터들을 위해 100만원 이하 작품들도 출품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온라인 경매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옥션이 활성화 돼있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온라인 경매에 실패했는데, 이는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은 미술품의 특성 때문입니다. K옥션에서는 온라인 거래 작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실물을 직접보고 결정하도록 한 것이죠. 회사 입장에서는 책자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 다른 회사들도 직접 전시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경매를 운영 중입니다.

Q. 미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과거에는 작가분들을 모시고 여러 가지를 시행했습니다. 컬렉터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위주로 10주간 10번 가량 진행했죠. 작품에 대한 설명은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개인 레슨 하듯이 충분히 설명해드립니다. 경매 주제가 있으면 주제에 맞는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죠. 누구든지 예약만 하면 언제든 와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중∙고급자들을 위한 교육만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는 경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모르는 초보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Q. 기억에 남는 경매 에피소드가 있다면?

==경매장에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컬렉터들은 보통 얼마까지 사겠다는 비용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옵니다. 하지만 경매를 하다 보면 예상한 금액보다 더 크게 부르는 경우가 있죠. 남편은 계속 사려고 하고 아내는 옆에서 말립니다. 남편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는 모습이 보일 정도죠.

경매는 항상 의외성이 있습니다. 저렴하게 내놓으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결국 제값으로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매장에 오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만약 1명만 온다면 미술품을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적정가격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죠. 위탁하는 사람들, 응찰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있다면? 평소 경매로 미술품을 구매하는지.

==경매에 나왔는데 팔리지 않아 샀던 가벼운 장식품 몇 개 외에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경매회사 사장이 아닐 때는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도 있겠죠. K옥션에서 진행하는 사랑나눔 경매에는 매년 1작품씩 출품해야 되기 때문에 늘 고민합니다. 올해에는 지난 컬렉션 때 800만원 정도에 구입했던 노상균 작가의 작품을 내놨죠.

개인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하지 않는 이유는, 미술품 경매회사란 작품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갤러리라면 프로모션 차원에서 구입하겠지만 공정한 중개자의 입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수집하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주식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Q. 앞으로 K옥션의 목표는?

==소비자들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몫을 성실하게 해나갈 계획입니다. 소비자에 도움이 되는 회사,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탁자, 낙찰자의 위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다가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소비자분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든 일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이상규 대표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신한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나은행 지점장 등을 거쳐 2005년 K옥션 이사를 지내고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예술품감정학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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