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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문화 좀먹는 ‘외모집착증’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01월 12일 오전 7시 38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이 화장품을 쓰면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어요. 내가 봐도 내 피부가 너무 예쁘니까 집밖으로 막 나가고 싶어지는 거에요.” 

피식, 실소가 나왔다. 허풍이 세다 싶었다. TV속 쇼핑호스트는 까르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 친구 영희는 늙어가는데 나는 막 피부가 차오르는 거죠, 이게 ‘이기는 싸움’이거든.” 

외모를 놓고 ‘승부’를 운운하는 모습에 결국 채널을 돌렸다. 피로감이다. 출·퇴근 길 대중교통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성형광고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한결같이 ‘V라인’, ‘작은 얼굴’을 강조하는 이들 광고는 쌍꺼풀 없는 눈, 도톰한 광대, 각진 턱은 차이나 개성이 아니라 제거돼야 할 ‘흠’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우중충한 ‘비포’에서 화사한 ‘애프터’로 재탄생한 사진 속 성형모델들은 ‘태어난 외모 그대로 살아가는 건 곧 도태’라고 말을 거는 듯 하다. 

외모 지상주의를 확대·재생산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시내 지하철·버스의 성형광고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지하철의 인쇄물 성형광고 비중을 역∙차량별로 20%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성형 전후 비교 광고를 금지하고 성형을 부추기는 자극적 문구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초·중·고교 주변 버스 정류소를 ‘그린존’으로 설정, 성형광고를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프랑스는 2005년부터 모든 성형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2년 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에서 자발적으로 성형광고 전면 규제를 요구했다.

성형광고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이유다. 인생의 문제를 성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로 병원을 찾는 의료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포토샵 금지법도 있다. 프랑스의회는 2009년 이 법안을 발의했다. 2012년 이스라엘 의회도 이 법을 통과시켰다. 과도한 보정을 이유로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한 화장품 광고에 철퇴를 내린 영국의 일화도 유명하다.

과도한 포토샵이 아름다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고 외모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립광고협회나 여성민우회 등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문제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 소비자들의 관심은 미미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광화문 한복판에 걸려있던 이 짧은 시가 던진 울림은 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금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은 존재 자체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나 ‘그녀’가 아니다. 바로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외모집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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