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라인 유통산업 미래 '배송혁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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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온라인 유통산업 미래 '배송혁명'에 달렸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2월 15일 0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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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주말 오후.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깼다. 현관문을 열었다. 묵직함이 막아 섰다. 택배였다. 배송기사는 그새 사라졌다. 바빴나 보다. 시골에 살고 있는 이모가 보낸 사과상자였다.

한쪽 귀퉁이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생소하지 않다. 으레 그래왔다. 택배 무게와 포장 훼손 정도는 비례해 왔던 것 같다. 제법 익숙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상자를 열었다. 멍 투성이 사과들이 안쓰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시멘트 바닥 어딘가에 내팽개쳐졌다. 나뒹굴다 가까스로 차량에 실렸다.' 상상은 뇌리에 동영상으로 펼쳐졌다.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닦아 담았을 이모의 정성에 심심한 사과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수한 풍경은 아니다. 연말연시 택배량이 폭증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파손, 지연, 변질과 같은 배송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도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부당함의 연속이다.

쿠팡이 일을 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으로부터 최근 3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국내 비상장 IT업계와 온라인 유통시장에 전례가 없는 거액이다. 지난 5월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은 낭보다.

무엇이 매력적이었을까. 블랙록 주요 임원인 Jay Park은 이렇게 설명했다.

"쿠팡이 직접 하는 당일배송 서비스와 풍부한 모바일 서비스 경험…(하략)"

그들은 '쿠팡맨'에 주목했다. 배송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쿠팡이 심혈을 기울여 빚은 작품이다.

'로켓배송' 수식어가 병기될 만큼 속도는 기본이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다. 각종 소비자 불만사항도 현장에서 받는다고 한다. 주문단계부터 배송까지 쿠팡이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다. '1:1 속전속결' 방식이다.

기존 배송시스템의 취약고리를 과감히 깼다는 평가다. 이른바 '배송혁명'에 쿠팡이 승부를 건 셈이다. '충성고객'을 새로 낳거나 유지시키는, 즉 매출증대의 해법으로 봤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지갑을 열고 적극 공감을 표했다.

쿠팡맨은 아직 테스트 단계다. 일부 품목과 지역에 한정돼 있다. 서비스 전국확대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탄탄한 자금력은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더할 나위 없는 '런닝메이트'다.

'신의 한 수'가 될 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예단하긴 이르다. 성패를 가를 잣대가 될 소비자들의 냉철한 평가는 머지 않았다.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종합·소호몰 등 범 온라인 유통업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변화상임에는 틀림 없다.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잘 받았냐'는 물음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답했다. 또 보내준다고 했다. 고마움에 앞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보낸 이의 정성과 받는 이의 기쁨이 훼손되지 않는 배송시스템. 소비자들은 온라인 유통업계에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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