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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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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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 찾지 않아도 '집단소송'으로 피해구제 받을 수 있어야"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은행 대출을 받았다. 이자 상환일은 금요일까지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오후 7시에 납입했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후 납입됐기 때문에 '연체이자'가 붙었다.

은행 민원실을 통해 따져도 소용 없다. '홀로' 투쟁하기 두려울 때 두드릴 수 있는 문이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같은 소비자단체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기본법 개정이 예고됐다. 금융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소비자단체를 통한 '집단소송' 요건이 완화될 예정이다. 정부차원의 조정이 아닌 더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단체의 도움으로 개인소비자의 소송절차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공동대표를 만나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관련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 "미안한 마음으로 금융소비자운동 시작"

Q. 어떻게 금융소비자를 위한 운동에 뛰어들게 됐는지

==1996년부터 흥국생명에서 10년 재직했습니다. 우수사원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회사 측에서 지시했던 대규모 '상품 전환' 사건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죠. '백수보험'이라고 알려져 있는 연금보험으로 인해 사측 입장에선 '역마진' 우려가 있었기에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전환하게 했습니다. '회사가 죽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순진한 사원들이 소비자를 속이는 짓을 한 겁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죠. 이후 징계해고를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소비자운동에 참여했습니다.

Q. 금융정의연대를 설립한 계기는

== 사측에 대해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다가 진보사회단체와 함께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진보단체 운동가들은 '금융'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숫자가 들어가고 복잡하고 어려워 이에 대한 소비자운동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보험사 출신인 제가 금융에 특화된 소비자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했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엇나간 금융 관련 노조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고 정당한 주장을 하는 노조와는 협력하면서 소비자운동을 전개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실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 작년 3월 출범했습니다. 당시엔 국민행복기금이 이슈였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자는 뜻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그 외 대출광고, 특히 대부업체의 대출광고에 대한 감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의원과 함께 입법 발의를 진행한 상태입니다. 간편∙신속함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대출광고의 남발로 인해 소비자들이 대출을 어렵지 않게 인식하게 된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해당 금융사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어 11월 현재는 이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학교'를 통해 금융 취약자, 특히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제2금융에서 학자금대출을 받고 뒤늦게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 이에 대한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Q. 금융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찾아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 우선 금융감독원을 통해 피해사실에 대해 민원을 접수합니다. 진척이 없으면 진정서를 작성하죠. 이후 해당 사례를 이슈화시킵니다. 이 정도면 보통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에 해결됩니다. 하지만 이번 자살보험금과 같은 경우에는 소송으로 번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소비자단체 조정역할 필요 없어… 집단소송 활성화돼야"

Q. 금융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소비자단체를 허용하고 소비자단체의 단체소송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 단체소송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소비자단체가 피해소비자와 함께 금융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조정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집단소송' 자체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A, B은행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각 은행 당 1~2명 정도의 피해자만 모집해 해당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동일한 피해자들에게 배상액이 골고루 돌아가게끔 바뀌어야 합니다. 11월 현재는 수백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을 모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소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금융기관에 대한 소송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Q. 가장 힘들 때나 보람찰 때는

== 재벌이나 기관, 정부 등을 통해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자치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죠.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진행했던 활동들로 인해 제도가 개선되는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다만 아직까지 집단소송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많습니다.

Q. 앞으로 금융과 소비자의 관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지

== 예전엔 은행∙보험사 등을 '금융기관'이라 불렀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식이죠.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특수한 기업입니다. IMF사태 이후부턴 '금융회사'라 부르더군요. 금융기관이 주식회사의 형태를 가지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준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사측은 지나친 수익 창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금융 출신 사회단체들이 많이 생겨 활발한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득의 공동대표는?

명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흥국생명에 입사했다. 5년간 대출상담을 담당했고, 3년은 보험설계사 교육, 나머지 2년은 노조활동에 참여했다. 이후 투기자본감시센터, 론스타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에 몸담았다. 작년 이광철 민변 변호사와 공동으로 금융정의연대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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