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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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27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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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름다움 팔 것…제품이 사회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마스카라만 빼고 (우리회사 제품을) 전부 씁니다. 마스카라는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의 농담에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유명세에 비해 언론 노출이 드문 탓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서경배 회장에 대한 궁금증이 적지 않은 터였다. 이번 상하이 뷰티사업장 기자간담회에 눈과 귀가 쏠린 이유다.

로레알과 같은 서구권 거대 화장품 기업들의 '텃세'가 거센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속도'보다 '방향', '모방'보다 '차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아시아 뷰티'를 거듭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만의 철학을 지키며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세계최대, 13억 소비시장 중국을 발판 삼아 '아시아 1등 화장품 기업'으로의 도약을 야심 차게 준비하는 그의 각오를 들어봤다.

◆ "우리의 미, 우리의 자연을 이야기하자"

Q. 그간 중국사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우선 중국소비자들에게 훨씬 광범위하게 사랑 받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92년 처음 중국에 진출해 만 10년간 심양에서 사업을 해왔습니다. 여러 번 상하이쪽으로 진출하고 싶었지만 '충분히 더 노력하자'는 생각에 10년간 중국소비자에 대한 고민과 조사 끝에 힘을 축적,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번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을 기회로 중국사업을 더 발전시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나가야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Q.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 2000년대 중국에서 우리는 무명기업이었습니다. 무명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려 나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어떻게 중국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설득해서 판매하느냐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우선 중국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홍콩시장과 상하이에 역점을 둔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문화를 수용할 때 홍콩과 상해가 큰 창이 됩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들여다 보면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오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한국직원들을 중국에 보내 교류하기도 하고 반대로 중국인들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힘들었고 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Q. 현재 홍콩·중국 화장품 시장 선두는 여전히 서구권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양기업들은 서양기업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가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넓히고 행복을 넓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지혜, 동양이 만들 수 있는 서양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 게 설화수 브랜드입니다. 설화수는 지금 동양권 소비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것'을 원하는 서구권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연주의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자연'을 이야기 하자는 취지에서 제주도 이야기(이니스프리)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녹차'가 있습니다. 녹차는 동양에 있는 모든 국가들이 사랑하는 차입니다.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랑 받아온 녹차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한 것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브랜드들은 서로의 다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서양의 기업들과 다른 길을 갈 것입니다.

Q. 앞으로 중국시장의 진정한 라이벌은 '로컬 기업'이 될 텐데.

== 우리는 항상 질적인 변화를 추구합니다. 우리 기업 체질이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에 맞는 것인지, 우리가 정말 세계기업 다운 면모로 자리잡고 있는가.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고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가 중국에 진출한 회사 중에서는 성장률이 제일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시장에서의 현지업체들 자체 생산비중이 50%를 넘어섰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에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생산시설을 크게 키우기도 했고 앞으로 연구개발을 늘려 중국 로컬기업, 세계 모든 기업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한류의 덕을 많이 봤다.

== 저는 한류가 잘돼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항상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지난 22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한류는 상대적으로 후방에 있었던 현상입니다. 화장품 구매 형태로 봤을 때 성공했느냐 못했느냐의 핵심은 '재구매'에 있습니다. 초도구매라는 것은 광고를 보고, 때로 유행이어서 가능하지만 재구매는 본인이 만족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류가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더 이해하고 더 연구하는 방법, 매장 서비스 수준을 올리고 상품의 혁신성을 올려 소비자들이 매장에 기분 좋게 다녀가고 효과를 느껴서 다시 방문하는 재방문 재구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직원복지에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 옥상쉼터, 피트니스센터 등 5000여명의 현장 직원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창조적인 근무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가 이곳의 일원이라고 느껴야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몰입도가 올라가면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이직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직원의 만족과 소비자 만족이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사람의 삶에 변화…신뢰받는 기업이 원대한 기업"

Q.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크겠다고 했는데 '아시안 뷰티'가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지 않나.

== 모든 회사들은 자기 스스로의 개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프랑스의 아름다움을 파는 거고 어떤 사람은 미국의 아름다움을 파는 거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팔 것입니다.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서양 사람들도 아시아에 대해서 관심이 확산 되고 있습다. 세상이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가느냐에 대한 관점의 문제입니다.

제가 갑자기 서양을 따라간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우리 문화를 얼마나 세계화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아시아 뷰티'가 오히려 장벽이 될지 순풍의 닻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서있는 위치에서 어떻게 문화를 창조해나가느냐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제품을 직접 쓴다고 들었다.

== 어떤 제품이든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직접 다 써봅니다. 지난 30년간 어떨 땐 오해 받은 적도 있지만 네일 제품도 다 발라보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다 직접 써보고 판단합니다. 제품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원대한 기업'이라는 게 객관적인 규모 외에 철학적인 관점에서 어떤 의미인지.

== 먼저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가장 큰 기업을 지향하느냐, 물론 우리도 가장 큰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발전하는 과정이 질적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질적인 경영을 하자는 뜻에서 원대한 기업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우리가 내놓는 상품으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도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쿠션은 여성이 화장하는 방법, 미용법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성은 아침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 간편하게 화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에 변화를 주고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게 바로 원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브랜드와 그 이유는.

== 손가락 열 개 깨물어서 안 아픈 것 없다는 말이 참 맞는 것 같습니다. 굳이 한 브랜드만 꼽는다면 선대회장님이 가장 애착을 가졌던 '설화수'입니다. 선대회장님이 성장한 개성은 아시다시피 인삼이 재배되고 전세계로 수출했던 신화가 있는 곳이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 서경배 회장은?

1987년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 그해 7월 태평양에 입사했다. 1992년 1월 태평양제약 사장으로 위임, 1993년에는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 6월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및 아포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1월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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