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량식품' 근절, 소비자 '분노' 대신 '감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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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량식품' 근절, 소비자 '분노' 대신 '감시' 해야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27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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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엄마가 보고 있다.'

한 식품업체가 음료 광고에 사용했던 카피다. 밖에서 자녀가 해로운 음식을 먹고 다니지는 않는지 염려하는 엄마의 모습을 '감시자'로 코믹하게 그렸다.

앞으로는 '엄마' 대신 감시자로서의 '소비자' 역할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고 작은 식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대장균 시리얼' 사태 이후 동서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서식품 시리얼 환불 받았습니다."

"6살, 8살 아이들에게 대장균 시리얼을 먹인 부모로서 참담합니다."

동서식품은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온 제품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세균범벅 크라운제과 유기농 웨하스,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 과자 맞나요?"

앞서 크라운제과의 유기농 과자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식중독 유발균이 검출됐을 때도 어린 자녀를 둔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온라인 상에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만의 글이 넘쳐나다시피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주고 받는 소비자들의 대화 주제도 한동안 '나쁜 기업'으로 통했다.

'불매운동', '집단 소송' 등 구체적인 행동이 감지되기도 했다.

문제는 일회성 분노의 표현으로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사태 이후 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약속한 개선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추적 관찰'에 소홀해진다는 얘기다.

한 순간 소비자들의 분노만으로는 구멍 뚫린 제조 시스템과 윤리 의식을 바로잡기는 사실상 힘들다. '1대만 세게 맞으면 된다'는 인식이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 남아 있는 한 유사 사고가 또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바로잡힐 때까지, 시스템이 미비하면 보완될 때까지 날카로운 감시자의 역할이 필요한 배경이다.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보고 있다.'

식탁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소비자도,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기업도 잊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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