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 혜환 이용휴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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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길 - 혜환 이용휴 산문선
  • 이미주 기자 limiju@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21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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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휴 / 돌베개 / 192쪽 / 1만원
   
 

[컨슈머타임스 이미주 기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선 후기 대표 문장가 연암 박지원과 쌍벽을 이룬 문장가가 있었다. 그것도 연암과 동시대인이다.

혜환 이용휴(1708~1782) 얘기다. 실학자로 유명한 성호 이익의 조카다. 조부 대까지는 남인계 실세였지만 이익의 맏형인 이잠이 숙종의 친국 끝에 죽임을 당하면서 역적 집안이 됐다.

혜환은 28세 생원시 합격을 끝으로 더 이상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다. 75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전혀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채 재야 문사로 살았다. 출세를 등지고 문학 속으로 침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약용은 그런 혜환을 재야문형(在野文衡)이라 별칭했다. 재야에서 문단의 저울대를 30여년간 놓지 않은 인물이란 의미다. 

이용휴에게 있어서 문학은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치열한 장이었다. 자신의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은 유독 '나'에 대한 시선이 매우 강하다. 남들의 생각, 관념들을 철저히 해체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갈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 책은 혜환 이용휴의 저서 '혜환잡저'에서 대표적인 글 47편을 뽑아서 번역하고 평설을 단 것이다. 본문은 2부로 구성했다.

1부 '삶의 길, 죽음의 자세'에서는 삶의 태도, 인식론, 관련 인물과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2부 '세상 밖으로, 예술 속으로'는 사회의식과 시화에 대한 견해에 주목했다. 

혜환의 이력에 대해 따로 '이용휴, 그의 삶과 글'이라는 해제를 수록해 독자와 혜환의 거리를 좁혀준다. 혜환의 글은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심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담백하지만 그 속에 노련한 문장가의 여유가 느껴진다. 

이 책은 두 명의 젊은 학자가 집필했다. 2010년 한학자인 일평 조남권 선생을 모시고 작은 시회(詩會)가 만들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학자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년 남짓의 시간을 들여 작품 하나하나를 번역했고 원문의 뜻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번역 문장을 만들기 위해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소박하지만 철학적 깊이가 물씬 넘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나를 찾아가는 길 - 혜환 이용휴 산문선 / 이용휴 / 돌베개 / 192쪽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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