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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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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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막연히 장쩌민 전 국가 주석이 다닌 학교정도가 아니었다. 중국에서 최고의 이공계 강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해교통대학(上海交通大學)은 정문에서 방문객을 나란히 노려보는 사자조각상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중국인들이 최고의 영물로 치는 암수 쌍사자는 역사의 수호신이고 지혜로움의 산물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젊은 사자들이 교통대학 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오늘도 국가적 과제를 푸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4만 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캠퍼스는 혜곡, 장강, 민곡, 신화 등 중국 4대 국가기술단지급으로 선정돼 미래산업과 첨단분야 개척의 척후병을 맡고 있다. 전자와 선박, 컴퓨터, 광섬유, 시스템 공학은 세계 일류수준을 자랑한다. 이공계의 베이스 캠프격인 물리와 수학이 뒷받침 되어준 덕분이다. 든든한 기초학문이 트랜드기술과 만나 중화경제의 새로운 길잡이를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교육부 직속 대학이기도 한 상해교통대학의 가치는 역시 개혁개방이후 최고의 기업일꾼들을 길러낸 점이다. 인터넷과 컴퓨터 분야를 선두로 10만여명의 과학기술인재를 배출해 냈다. 이들이 오늘날 중국의 경제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교통대학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시몬 반데르(1985년 양자화된 홀효과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 양진녕 (중국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등 노벨상 수상자 20여명이 초청교수로 머물면서 인류의 미래 산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장쩌민 주석 1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우러져 지난 30년 동안 상해발 '중국경제대약진'의 전진기지를 맡아왔다. 개교 이래 100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상해교통대학은 중국순위 3위 세계 대학 순위 106위의 괄목상대로 올라섰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교통대학의 분위기는 생동감 그 자체였다.


                          


중국은 21세기에 대비해 100개 대학을 중점 지원한다는 '211 공정'을 시작해(1994)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중국판 아이비리그인 베이징대, 푸단대, 자오통대(교통대) 등 9개 대학(일명 C9)은 중국 전체 연구예산의 10%를 집중지원 받아 왔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의 벤 소터(V.Sowter) 책임본부장은 교통대를 비롯한 중국대학들이 아시아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빛을 내는 반도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3명의 일본인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꿈에도 그리는 기초분야의 노벨상을 그들은 벌써 19명이나 받았다. 이를 노벨상 경쟁 19대0 이라고 자학하고 있지만 기초과학이 튼튼한 100년 대학교육의 예견된 승리였다. 나고야 공과대학 등의 소재기술 업적은 세계 이공학계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교토대는 글로벌 과학기술의 기반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서울대가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아직도 세계 대학순위 3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노벨상 가능성에 다가선 정도다. 수년째 연구중심을 외쳐왔는데 1년에 논문한편 안 쓰고 지나가는 교수가 136명이나 된다. 연구결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최소기준이 없어서 그렇다니 변명치고는 궁색하다. 애써 논문을 쓰나 안 쓰나 같은 월급에 정년보장 받는 '철밥통 시스템'은 변함이 없으니 고단한 논문쓰기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

선진국의 모든 대학들이 영어를 무기로 국제화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인도, 말레이시아, 남아공 대학들의 국제화는 눈부시다. 서울대의 국제화 수준을 들여다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지구촌 300개 주요대학 가운데 외국인 학생비율이 219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서울대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화 반열에 올라 있다고 믿고 싶지만 아직 '한국의 대학'에 머물고 있다.

다소 거칠게 개혁을 밀어붙여 비판이 만만치 않은 중앙대의 변화는 확실히  뉴스거리다. 대기업 회장이 기업식 성과제를 적용해 교수들의 불만이 높다. 그런데 학교는 환골탈태 중이다. 서울대 기준으로 따진다면 연간 논문 한편 안 쓴 교수는 전체 994명 가운데 4명에 불과했다. 학교는 이들에게 정직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싱가포르국립대는 강의계획서까지 사전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수가 제출한 계획서를 학교 측이 세밀하게 검토한다. 이렇게 상호 보완된 강의안은 파일로 만들어 100% 학생들에게 배포한다. 말하지 않고 필기시험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우리와는 기본 방향이 다르다. 수업 중 토론참여와 질문, 수시발언, 유효토론의 횟수를 체크해 성적을 평가한다. 국가경쟁력 1위 싱가포르를 이끄는 비결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글로벌 인재들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지역으로 조사되었다. 보스톤 컨설팅그룹이 세계 20만 명의 인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한국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G20 국가가운데 16위로 사우디아라비아 보다도 뒤처졌다. 그 이유로 불편한 소통과 중장기 비전 부족을 꼽았다. 글로벌 트랜드를 못 따라가는 우리의 인재양성 방식과 기업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출세와 치부에 만족하는 편협한 교육이 안팎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소비자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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