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상태바
비합리성의 심리학
  • 이미주 기자 limiju@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08일 07시 29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튜어트 서덜랜드 / 교양인 / 484쪽 / 2만원
   
 

[컨슈머타임스 이미주 기자] 흡연은 폐암 발병률을 10배 증가시키고 치명적인 심장병에 걸릴 확률을 2배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흡연자는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보다 폐암으로 죽을 확률이 더 높은가?

자전거를 타는 것과 회전관람차를 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책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 스튜어트 서덜랜드는 방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은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비합리성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무엇인지, 비합리적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 나간다.

비합리적인 믿음과 행동은 아주 보편적이다. 면접관이나 의사, 엔지니어처럼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도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인과 관계를 착각하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저자는 '비합리성'이야말로 인간됨의 예외 없는 규준이라 주장한다. 생각 없이 권위에 복종하거나 군중 심리에 휩싸여 어리석은 일을 하기도 하고 집단에 기대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것처럼.

비합리성의 근본 원인으로 저자는 인류의 진화와 뇌신경 세포의 네트워크 오류를 꼽는다. 생존을 위해 집단에 의지하며 살아온 인류의 충성심이 지금까지 남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뇌신경 세포들의 네트워크 오류 역시 인간을 비합리적으로 만든다. 뇌의 처리 과정은 몹시 빠르고 순식간에 일반화 해버리는데 이 네트워크(신경망)의 엉성함이 문제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근본 원인은 너무도 명백한 인간의 '자기 중심적 편견'이다. 비합리성의 핵심인 '편견'은 책 전체를 날카롭게 관통하고 있다.

저자는 비합리적 판단, 선택, 행동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음을 갖가지 심리 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보여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상식적 믿음은 차례로 무너져 내린다. 자각하지 못하는 편견과 고정관념, 인습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오진하고, 야전사령관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공무원들은 나태와 이기심을 조장하는 비합리적 시스템에 젖어 공금을 아무렇게나 운용한다.

장교, 판사, 고위 공무원 등 전문가들이 저지르는 실수들의 나열 속에서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은 소름 끼치도록 강조된다. 자신하고 있던 믿음과 상식들이 책을 읽는 내내 점점 움츠러든다.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인가?

비합리성의 심리학 / 스튜어트 서덜랜드 / 교양인 / 484쪽 / 2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