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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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0월 07일 0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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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 / 동양북스 / 224쪽 / 1만3500원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누군가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로 위로 받을 수 없는 게 바로 청춘이라고. 그런 말로 위안을 삼기에는 우리는 정말, 뜨겁게 앓으니까.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스무 살이란 그저 가슴 뛰는, 빛나는 시간일까. 교복을 벗고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생계는 막막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삶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세상은 이 어수룩한 청춘들의 뒤통수를 치기 일쑤다.

빛나기를 기대하지만 가장 초라한 나이 스무 살.

그렇다면 우리가 동경하는, 이미 안정적인 삶을 성공적으로 쟁취한 듯 보이는 꽤 이름난 작가들의 스무 살은 어땠을까. 이 책은 정유정, 박범신, 이기호, 김별아, 박형서, 고정욱, 함정임, 김홍신 8작가의 스무 살로 떠나는 여행 길잡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목매고 비슷한 제목의 자기계발서들을 닥치는 대로 독파해도 삶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암에 걸린 엄마의 병간호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20대를 송두리째 바친 정유정 작가, 스무 살 때부터 어떻게 하면 멋있게 죽을까 고민했던 박범신 작가, 백수 상태에서 대필 작가로 영혼을 팔아야 했던 이기호 작가.

10년 동안 무명이었던 김별아 작가, 지체 장애 1급으로 많은 일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던 고정욱 작가, 대학 입시 낙오자로 스무 살을 보냈던 박형서 작가, 결혼한 지 4년 만에 남편과 사별해야 했던 함정임 작가, 힘들게 대학에 합격했으나 궁핍한 집안 사정으로 자살까지 궁리했던 김홍신 작가.

이 책에 실린 8명의 작가가 말하는 청춘의 이야기들은 상처와 고뇌, 방황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저마다의 사연과 사정은 다르지만 이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스무 살이라고. 하지만 즐거움보다는 고통, 기쁨보다는 슬픔을 통해서 더 고귀한 가치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출판저널'에서 기자로 생활했고 현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정윤희가 2011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약 3년간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눈 결과물이다.

초라하고 힘들고 상처받기 쉬운 스무 살. 그때 이들 작가들은 어떻게 그 힘든 시간을 견뎌냈는지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놨다. 잔소리와 조언, 충고 대신 공감과 위로에 방점이 찍혀있다.

내 심장을 폭죽처럼 터뜨리는 무언가, 내 안에 결핍돼 있는 무언가, 내 폐부를 찌르는 트라우마라는 무언가를 찾을 때 비로소 그 지점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겨날 거라는 게 작가들의 진단이다.

만약 그것들을 찾았다면 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고 마음껏 절망하고 패배하라고,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밀어붙이고 세상과 불화하라고 조언한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체험담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진솔하다.

"인생이란 건 원래 그렇게 지독한 잘못이 없어도 억울하게 얻어맞을 때가 있어요."-고정욱
"몸과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지 마세요. 20대에는 세상과 불화해도 괜찮아요."-함정임

억울하고 아픈, 세상과 불협화음을 내며 삐그덕 거리는 모든 청춘에게 바치는 위로의 대서사시다.

스무 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 / 정윤희 / 동양북스 / 224쪽 /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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