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당△△아이사랑보험' 금융상품 읽다 지친다
상태바
'무배당△△아이사랑보험' 금융상품 읽다 지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별화 위해 어쩔 수 없어"…"구시대적 발상, 좋은 단어 나열 소비자 현혹"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국내 보험사와 은행, 증권사 등 범 금융업계가 '길고 복잡한' 상품명을 유행처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동을 야기하고 있다.

경쟁사 상품대비 비교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파악된 가운데 의미가 좋은 단어들을 단순 나열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의미 모호한 불필요한 작명패턴 '넘쳐'

길고 복잡한 상품명은 10월 현재 보험사, 은행, 증권사 등 업체들을 막론하고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의 경우 '무배당 우리아이부자연금보험'(삼성생명), '무배당 The따뜻한 어린이변액연금보험'(한화생명), '수호천사꿈나무4U보험'(동양생명), '무배당신한아이사랑보험'(신한생명), '스마트아이사랑보험'(동부화재)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상품은 금융감독원 규정상 상품의 주요 기능이 상품명에 나타나야 한다. 삼성생명의 '무배당 엄마사랑 변액 유니버셜 CI종신보험'처럼 종신보험에 유니버셜기능, 변액기능, CI담보 등이 추가되면 상품명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의미가 모호한 불필요한 작명패턴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키위 정기예금'이나 '오렌지 정기예금(12차) 자동연장형' 등 과일이름을 일부 상품명에 활용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자산을 키우고 고객은 위해주는 새콤달콤한 정기예금'라는 개요만 적혀있어 실소를 자아낸다.

하나은행은 35세 이하의 개인만 가입할 수 있는 '와삭바삭통장'을 출시한 상태다. '와삭바삭'은 마른 가랑잎이나 얇고 빳빳한 물건이 바스러지거나 서로 스치는 소리를 의미한다. 홈페이지에는 '젊은 그대 당신을 위한 Must have상품'이라는 설명이 들어갔지만 '와삭바삭'과의 연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사 펀드형 상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KB MENA증권투자신탁(주식)S', '한화 JapanREITs부동산투자신탁1호(리츠-재간접형)S', '삼성 당신을위한N재팬증권전환형투자신탁제1호(주식)S', '트러스톤 밸류웨이증권투자신탁(주식)Ae' 등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사명을 우선 배치한 뒤 투자방식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는 구조다. 괄호속은 금감원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된 투자대상이 명기돼 있다. 따라 붙는 알파벳들은 수수료율에 따라 달리 표기된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영업 차별화 전략이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은 무형의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상품명을 보고 한번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규정상 상품의 기본속성은 반드시 표현해야 하는 만큼 상품명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 "좋은 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게 일상화 돼 있어"

전문가들은 현행법이 낳은 불가피한 표기 방식임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탕발림식' 작명이 도를 넘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공동대표는 "(금융사들이) 개별 상품에 좋은 (의미의) 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게 일상화 돼 있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앞으로 상품명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4음절 내외의 상품명이 듣기에도 좋고 기억하기에도 좋다는 것을 사내에서도 알고 있다"며 "길고 복잡한 상품명칭이 업계에 일정 정도 트렌드화 돼 있어 실무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카드사들의 경우 짧고 쉬운 단어의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드사 중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는 'M'시리즈를 앞세워 삼성카드와 2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간단하고 쉬운 상품명이 인지도를 단기간에 상승시키는 시너지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의 수 많은 상품들 사이에서 튀어야 한다는 강박이 상품 작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수식어를 상품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