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4일 오전 팬택 기자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려던 기자들이 빈손으로 자리에 돌아온다. 하나 같이 의아한 표정이다. 종이컵이 없었던 것이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과자, 음료수 등 간식거리는 이곳에서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변해간 풍경이다. 이날은 종이컵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보팀 직원 A씨가 종이컵을 챙겨왔다.
팬택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었다. 무거운 공기를 녹이려 누군가 농담을 던졌다.
"설마 회사에서 종이컵도 지원해 주지 않는 건 아니죠?"
잠시 망설이던 A씨는 어렵사리 "네"라고 답했다. 긍정적인 답인지 또는 그 반대인지 어감이 모호하다.
"기자실 운영비에 대한 허가가 나오지 않아 일단 홍보팀 소속 직원들 개인 사비로 간식이나 종이컵 등을 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예상치 못한 언급에 기자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들이다.
팬택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과의 조정에 따라 팬택 직원들은 1∼2개월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직원의 30%가량은 지난달 25일부터 1개월 또는 2개월의 유급휴직에 돌입했다.
이 기간 휴직자들은 기존 월급의 70%만 받는다. 이 가운데 49%는 회사가 나머지 21%는 국가가 부담한다.
회생절차 기간 중 팬택은 창고 안에 있는 비품을 처분할 때도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복리후생비용의 경우 최우선으로 삭감, 가장 늦게 집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팬택은 급식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도 2곳에서 1곳으로 정리했다.
바짝 졸라멘 그들의 허리띠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