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준 프리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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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준 프리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
  • 김태환 기자 thkim@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8월 18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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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참여 뇌 연구 게임 '아이와이어' 개발…"실제 치료 연구에 도움"
   
  ▲승현준 프리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 

[컨슈머타임스 김태환 기자] 흔히 인체의 신비를 설명할 때 '작은 우주'에 빗대어 설명한다. 실제 우리 뇌 속에는 1000억개의 신경전달 세포 '뉴런'이 있다. 우주 공간 별들의 군집체인 은하계의 별 수와 비슷한 숫자다. 인체의 뇌는 우주만큼 방대하고 분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승현준 프리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는 과학자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뇌 구조 연구에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뇌 속 신경세포 뉴런의 지도를 작성하는 '아이와이어'라는 게임으로 전세계 15만명이 직접 뇌 연구를 돕게 만들었다.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들의 힘으로 어떻게 뇌 연구가 가능한지, 승 교수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 KT 인프라 통해 우리나라 '아이와이어' 홍보

Q. '아이와이어'라는 게임으로 뇌 연구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아이와이어는 뇌 신경 과학 연구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게임 서비스입니다. 뇌 속에는 신경전달 세포인 '뉴런'이 약 1000억개 있습니다. 이 뉴런은 각각 개별 신경 스냅스와 연결됩니다. 이론상 100조개의 신경 스냅스가 있다고 추론되지요. 아이와이어는 이 뉴런이 뇌 속에서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지도를 그리는 게임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근이 가능하지요.

Q. 왜 게임의 형태를 갖췄는지.

== 유명한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 아시죠? 이 게임의 전세계 인구 플레이 시간은 최대 하루 3억분 이었습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600년의 시간입니다. 엄청난 시간이죠. 이 시간을 연구에 투자한다면 굉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게임을 즐기지만 가끔은 게임이 약간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앵그리버드는 새를 돼지에게 쏘는 게임인데 이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소비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이런 발상에 착안해 만든 게임이 '아이와이어'입니다.

소비자들이 게임에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와이어를 시작한 2012년 첫해 약 10만명이 가입했고 지난해에는 약 15만명이 가입했습니다. 2년만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인기가 있다는 얘기죠.

▲ 아이와이어 실제 게임 화면

Q. 게임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어릴적 색칠놀이 기억나시죠? 색칠놀이와 똑같이 1가지 색깔로 선 밖을 벗어나지 않도록 색칠만 하면 됩니다. 게임에는 뇌 속 뉴런을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단층면과 입체 큐브 모형 2가지가 나옵니다. 우리가 밝혀내야 할 뉴런의 단면을 색칠하면 큐브 속에서 3D로 입체적인 뉴런 모양이 생성됩니다. 다음 버튼을 누르면 또 다른 촬영본이 뜹니다. 반복하다 보면 점수를 얻고, 전 세계 랭킹이 표시됩니다. 채팅도 할 수 있고요. 세계 소비자들과 경쟁과 소통도 가능하죠.

Q. 최근 통신업체 KT와 제휴를 맺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 KT 인프라를 사용해 아이와이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게임 자체가 기본적으로 영어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KT가 한글화 작업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KT가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아이와이어 서비스를 홍보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KT와 함께 다음 도전으로 '카운트다운 투 뉴로피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카운트다운의 목적은 348개의 뉴런 집합체를 재구성 하는 것입니다. 이 뉴런 집합체는 세포 1개 크기 속에 있는 뉴런입니다. 예상되는 속도는 1주일에 3개를 완성하는 정도입니다. 현재까지는 85개의 뉴런 집합체가 완료됐습니다. KT와의 협력이 남은 263개의 집합체를 해석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 "제약·의료산업계·소비자 삶에 영향"

Q. 카운트다운을 끝내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 아이와이어의 이번 카운트다운이 완료되면 새로운 종류의 망막 뉴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시각 연구 학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의학 연구에도 쓸모가 있겠죠?

만일 망막에 특정 종류의 뉴런만 죽어서 실명한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이 특정 뉴런 종류만 타깃으로 하는 유전자 요법 연구 가능합니다. 이는 결국 제약, 의료산업계, 나아가 소비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승현준 교수와 KT가 제휴를 맺고 '아이와이어' 홍보에 들어갔다.

Q. 완성된 뉴런 지도는 어떤 분야에 적용 가능한지.

== 현재 우리가 MRI를 통해 뇌의 기능 중 알 수 있는건 뇌의 어떤 영역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느 부분은 두려움, 또 어떤 부분은 사고를 할 수 있는지 까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뇌의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죠.

이 프로젝트는 고해상도 뉴런 지도를 통해 뇌가 어떤 매커니즘으로 구동 되는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만일 적용된다면 뇌질환중, 자폐증 등 불안증세 환자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분야에서 작동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되는지, 어떻게 다른지가 설명이 되죠. 현재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뇌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정상인의 뇌에 대해 완벽히 안다면 비정상을 설명할 수 있겠죠.

Q. 혹시 소비자들이 게임에 서툴러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나.

==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혹시 내가 실수로 잘못 표시해서 논문에까지 오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소비자들의 결과가 취합돼 가장 확실한 수치를 발견하고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1명이 실수했을 경우 다른 많은 소비자들이 게임을 진행해 실수를 보완합니다. 다른 사용자와 경쟁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내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자체적으로도 잘못 표시되는 부분에 대한 검사도 진행되고 있고요. 전혀 걱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Q. 뇌 구조 연구에 동참하는 소비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어릴적 텍사스에서 자랐습니다. 텍사스는 우주기지로 유명한 곳이죠? 자라면서 우주인에 매료됐었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목숨걸고 용감하게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하는 것을 보면서 우주 탐험의 꿈을 꿨죠. 전 이제 어른이지만 아직도 아이처럼 제 마음 속 탐험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지의 영역이 바뀐 것일 뿐, 저는 계속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구 밖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진 또 하나의 우주로 말이죠. 뇌는 1000억개가 넘는 뉴런들이 아직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누구든지, 어디에 있든지 뇌의 비밀을 밝히는 위대한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승현준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벨 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1999년 인간 뇌신경계와 유사한 프로그램과 전자회로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뇌 신경 뉴런세포 지도인 '커넥톰'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2012년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신경세포 지도를 그리는 온라인 게임 '아이와이어'를 개발했다. 현재는 미국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를 맡고 있으며 세계 최고 의학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원, 독일 막스 플랑크연구회 연구원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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