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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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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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시몬느를 아시나요

 

 

웬 박물관인가 했다. 서울 가로수 길 날렵한 디자인 건물은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백 스테이지. 무대가 아니다. 모든 여성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통째로 거는 명품 핸드백 박물관이다.
 
여자의 가방, 가방을 든 남자, 가방 방정식에 이어 올해는 '가방 소리전' 으로 사고를 쳤다. 가방에서 소리가 난다니 해괴하다 싶어 들어가 봤다. 과연 가방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세계 최고의 설치 디자이너들이 꾸민 현란한 공간에 소리 나는 가방. 이 전시는 장안의 화제거리다.
 
튀는 아이디어를 건 사람은 시몬느 박은관 회장이다. 30여년을 한결같이 가방에 매달려 온 '가방도사' 다. 남의 이름으로만 생산해오던 이력을 삭히며 다져온 실력을 내 보일 천시를 기다렸다. 드디어 출사표가 던져졌다. 시몬느 '0914'. 자가 브랜드 출정이다. 그 푸닥거리 서막이 "가방소리전" 이었다.
 
시몬느는 한해 1800만개의 핸드백을 만들어낸다. 액수로 7천 억 원어치. 올해는 장사가 더 잘되어서 8200억원 쯤 할 것 같다고 한다. 글로벌 매출 2위인 중국의 시토이피혁 매출은 시몬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단하다.
 
뉴욕 백화점을 찾아 발품을 판지 20여년 만이다. 처음에는 유독 명품시장에서 명함을 못 내미는 우리처지가 딱했다. 오기가 발동해 우선 DKNY를 수없이 뜯어보고 낱낱이 연구했다. 저가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비법을 터득하고서는 시몬느와 아시아 시장을 평정해보자고 설득했지만 뉴욕의 벽은 높았다. 120년 이태리 제품의 울타리도 큰 장애물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끝없이 두드리는 박회장의 집념 앞에 완강하던 큰손들이 무너졌다. 그 뒤 신용과 품질 외길을 걸어 온 보상은 컸다. 한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이어온 장인경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코어스, 코치, 지방시, DKNY. 어지간한 명품핸드백은 죄다 시몬느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을 넘어 ODM(제조자 개발생산)의 세계적 강자 탄생이다
 
시몬느는 박회장 아내의 애칭이다. 평소 로맨틱하고 감각적인 그의 솜씨 답다. 이 저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궁금하면 못 참는다. 삼복더위를 마다않고 의왕시 고천동 본사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허름한 공장들 사이로 그저 그런 입구를 찾아냈다. 그런데 이게 웬 미술관. 생산 현장을 연상하고 도착한 첫인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시애틀의  마이크로 소프트 본사를 봤던 때의 감동 이상이다. 회사라기보다는 녹색 공간을 창조한듯한 레이먼드 MS캠퍼스 말이다.

                              

 
자작나무 숲과 금강송,공작단풍. 빽빽하게 들어선 화초 마당들. 최고급 수목원에 푹 파묻힌 본사는 지금까지 다녀본 어떤 건물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독립채로 지어지고 중간 발코니로 연결된 디자인 센터는 아름답고 무게감 있는 예술캠퍼스 그대로였다. 층마다 셀 수 없는 미술 조각 작품과 실내외 식물정원은 이곳이 회사인지 르네상스식 저택인지 헷갈림의 연속이다.
 
동행한 계원예술대학교 이남식 총장과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도 입이 벌어지긴 마찬가지. 평범을 넘어서면 누구나 표정이 바뀌는 법이다. 아낌없는 투자로 만들어낸 분위기다. 뭔가 영감이 떠오를 것 같은 배치와 운영. 돈 좀 벌었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연출이다. 명품이 그려지고 장인들이 숨을 쉬는 공간을 오르락 내리락 몇 바퀴를 돌았다.
 
작품은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걸 아는 분위기다. 세계 핸드백 시장규모 73조원. 시몬느는 독보적 1등기업이다.  천만달러 수출탑을 받고 10년만에 2억달러 무역대상 기업이 되었다. 내친김에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진출해 생산과 판매기지를 완성했다.

이정도면 성공할 만 하다. 아니 성공해야만 한다.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이제 '코리아 메이드' 히든 챔피언이 나와 줘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느니 돈을 창고에 쌓아놓고 부동산 투기만 한드느니 하는 입방아는 시몬느와는 무관하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나라가 시끄러워도 해내는 기업은 해낸다. 이것이 우리 중소기업의 저력이다. 시몬느 만세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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